봉평전통시장 상인회장 김형일씨
“눈으로 보이는 매대, 천막만 바뀐 게 아니라 상인들이 바뀌더라고요. ‘아, 이게 뭔가 만들어내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봉평전통시장상인회 회장이자 ‘봉메찐빵’ 사장 김형일(50·사진)씨의 말이다. 김씨는 19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봉평으로 들어와 시장에서 찐빵을 만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시골이다 보니 상인들이 장서는 날에도 천막 펴놓고 손님이 오든 말든 술 마시는 경우도 많았고 ‘뭘 팔러 왔다’는 생각도 부족했다”며 “좁은 골목길에 열리는 장터가 커지려면 차가 안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는 제안도 수차례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한다. 상인들이 저마다 자기 가게 앞에 ‘차를 세워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
활기를 잃어가던 봉평장이 다시 살아난 건 지난해 현대카드의 ‘봉평장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봉평장에 상설 가게가 43가구고 5일장 참여하는 가게가 84가구인데, 계속 늘고 있어요. 이번에도 새로 참여하겠다는 상인들이 20점포 이상 됩니다. 이젠 장터가 좁아져서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국밥집 가면 ‘재료 떨어졌다’면서 못 먹고 돌아온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시장이 살아나는 거죠.”
그는 시장이 바뀌는 이유에 대해 “상인들 간에 유대도 생기고 사고방식이 바뀐 게 크다”고 했다. 교육의 힘이라는 것.
“먹거리는 어떻게 청결하게 하고, 어떻게 진열해야 고객 입장에서 좋은지 그런 강의였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게 뭐 되겠느냐’는 욕도 많이 먹었고요. 한번은 단체 관광객이 와서 두릅을 사갔는데, 자연산이 아니라 재배된 게 아니냐며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난리를 쳤어요. 때마침 현대카드에서 5일장 가게마다 간판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하기에 ‘실명제’로 이름과 얼굴을 넣으면 좋겠다고 했죠. ‘스토리 있는 간판’으로 홍보되면서 그걸 보고 찾아오는 분들도 생기자 처음엔 귀찮아했던 상인들도 이젠 알아서 달아요.”
봉평장은 올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한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모집하는 상인대학교육에 68개 점포가 참여하기로 한 것. 이전부터 모집했지만 최소 인원이 차지 않아 신청조차 할 수 없었던 게 여러 번이다. 김씨는 “평창펜션협회, 인근 피닉스파크와 한화리조트 등을 찾아 ‘봉평장’을 홍보해달라고 알리고 있다”며 “‘빵은 절대 안 만들 것’이라는 아들이 ‘시장 가서 빵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상인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했다.
봉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