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 필요한 인구
내년엔 3억명 돌파 전망
매년 새로운 재난이 발생하고 앞선 재난은 장기화하면서 국제 구호 기관의 책임과 역할도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세계 인도주의 지원 보고서 2023’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을 받아야 할 인구가 올 초 2억7400만명에서 내년에는 3억39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대형 재난이 유독 많았다. 코로나 대유행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9월 넉 달간 연평균 강수량의 2~3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국토의 3분의 1일이 물에 잠겼다. 이재민 수만 330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재난 현장을 누비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는 매일같이 구호 요청 전화가 쏟아진다. ICRC 사무실에는 전화가 하루 평균 400건 접수된다.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흩어진 가족을 찾는다는 문의다. ICRC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추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국적 구분 없이 군인과 민간인 등 1만5000여 명을 추적하고 있다. 국제 분쟁으로 발생한 이산가족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ICRC에 따르면, 1970년대 발생한 레바논 내전으로 인한 문제도 여전히 해결 중이다.
국내외 긴급 구호 활동을 적십자사 상근 직원으로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각국 적십자사에서는 전체 인력의 90% 이상을 자원봉사자로 구성하고 있다. 전 세계 192국에서 활동하는 적십자 자원봉사자를 모두 합치면 1억명이 넘는다. 특히 미국적십자사(ARC·American Red Cross)는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이 넘는 봉사자들과 함께 구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체 봉사자의 25%가량이 24세 이하 청년이다. 게일 맥거번 미국적십자사 대표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연간 6만건의 사건에 대응하고 있지만, 연이은 재난으로 자원봉사자들의 피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의 적십자사는 자국의 재난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제적 재난이 발생하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한다. 지난해 기준 적십자사 긴급 구호로 지원받은 대상자 수는 전 세계 2억3120만명으로 집계됐다. 대한적십자사는 국제 긴급 구호에 올해 기준으로 37억792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지원 규모인 16억8636만원의 2배가 넘는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로 고통받는 피란민을 위해 긴급 대응반을 현지에 파견해 세계 각국의 적십자사와 연대한 긴급 구호 활동을 진행했다”라며 “분쟁 장기화로 정부와 협력해 국내에 입국한 고려인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