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미혼모 정책 따로, 입양 정책 따로 지원금보다 인식개선 우선해야

지난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아동이 친부모에게 양육될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국내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지원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문제를 둘러싼 주체는 정부(보건복지부 및 여성가족부)·입양단체·가정법원 3곳이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칸막이 문제가 입양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입양대상 아동 부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혼모 문제는 여성가족부가, 입양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미혼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하고, 불가피할 경우 국내입양을 유도하고, 그조차 어려우면 해외입양을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정책의 우선순위는 거꾸로다. 여성가족부 따로, 보건복지부 따로다.

보건복지부_그래픽_입양_2008~2012국내외입양아동수변화_2014

현재 미혼모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양육비는 24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매월 15만원, 성인은 7만원뿐이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작년 11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 예산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업비가 2010년 120억8000만원에서 2014년 22억8700만원으로 불과 4년 만에 80% 넘게 삭감된 사실도 드러났다. 한 입양 기관의 관계자는 “법이 바뀐 이후에는 미혼모들이 직접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비율이 과거(40%가량)에 비해 60% 이상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혼모 자립과 양육을 돕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면, 선진국처럼 국내에서 입양할 아이를 찾기 힘든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혼모 자립과 함께 정부는 국내 입양을 활성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인식개선 정책은 지지부진하다. 미숙아로 태어나 뇌수종, 뇌위축증, 언어·발달지체 등의 장애를 지닌 고(故) 현수군의 국내 입양이 실패했듯이, 장애를 지닌 남아는 국내입양 기피대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74.2%는 여아 입양을 원하고, 장애아동은 겨우 12.5%만 입양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2010년). 게다가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의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음에도, 국내입양 활성화 대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재 정부의 입양가정 지원 정책은 월 15만원의 입양아동 양육수당 제공과, 일부 지자체의 입양 축하금 100만원 지급뿐이다. 입양가족 자조모임단체 ‘한사랑회’의 조규민 사무국장은 “국내 입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인식개선 캠페인이 필요한데 정작 정부에서는 지원금 지급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인식개선 및 사회 간접 자본 조성이 입양과 미혼모 양육 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전문가들은“인식개선 및 사회 간접 자본 조성이 입양과 미혼모 양육 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방사회복지회 제공

이런 가운데 미혼모들의 출산과 양육, 사회 진출을 돕는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미혼모자시설)’의 숫자는 내년 7월부터 절반으로 줄어든다. 2011년 7월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면서 총 33개의 미혼모자시설 중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 16곳은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는 입양기관 운영 시설의 입양률이 높다는 근거를 들어 시설이 입양을 오히려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입양기관 3곳 및 여성 관련 단체에서 헌법소원을 내놓은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2015년까지 총 16개의 대체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경과가 없다. 최승희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 양육을 결정한 미혼모들이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 및 사회간접자본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정법원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라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지만, 1년에 한 번씩 교체되는 가정법원 판사들이 입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00여건의 국내외 입양을 4명의 판사가 다뤘는데, 이런 시스템에서는 ‘현수군 사망사건’처럼 문제가 있는 양부모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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