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 업무 외 상병 제도를 법제화할 것을 권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업무 외 상병 제도는 업무와 관계없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하기 어려워진 근로자에게 휴가·휴직 기회를 보장해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지난 7월 인권위에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실직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제도 도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업무 외 상병 제도 법제화는 최근 확대된 휴일·휴가제도 정착 상황을 살피며 전문가 및 노사 등과 충분히 대화해 고려할 계획”이라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사실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노동부가 법제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복지부 또한 지난 6월 인권위로부터 모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공적 상병 수당 제도를 도입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공적 상병 수당제도는 부상과 질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근로자가 치료·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주는 사회보장제도다.
인권위는 복지부가 지난달 “업무와 상관없는 질병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근로자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7월부터 진행 중”이라며 “이를 토대로 2025년엔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337건의 상병수당 신청을 받았으며, 지급이 결정된 46건에 대해서는 지난 8월부터 수당을 주기 시작했다. 현재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부천·포항·천안·순천·창원시와 서울 종로구 등이다. 인권위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화를 계획했다는 점을 들어 권고안을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한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이 업무 외 상병제도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제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임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기자 100g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