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보호종료아동 잇달아 극단 선택… “의지할 사람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근 광주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심리·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이 세상을 등진 이유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 24일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했다”는 유서를 남긴 A(19)씨는 광주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앞서 18일에는 광주의 한 대학 건물 뒤편 바닥에서 B(1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서울 구로구의 한 반지하방에서 모여 지내고 있다. /조선DB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50%(1552명)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경제·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만 18세까지였던 보호기간을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500만원 이상으로 권고됐던 지자체의 자립정착금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심리·정서적 지원의 공백이다. 마미나 사단법인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 후원팀장은 “보호종료아동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서 “어려움이 있는 자립준비청년과 상담을 진행하고 지원하는 전담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보호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전담인력은 전국에 120명뿐이다. 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설을 나온 청년은 1만2256명에 달한다.

마 팀장은 “전담 인력 1명당 100명 이상의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꼴”이라면서 “이마저도 양육시설은 전담요원 배치 의무 시설이지만, 그룹홈은 권고 대상 시설에 그쳐 전담요원이 배치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담 인력의 근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전담 인력 충원과 더불어 이들이 지속적으로 한 아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담 인력이 계속 바뀌면 보호종료아동은 신뢰를 쌓을 수 없고, 자신의 고민·어려움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보호종료아동이 의지할 수 있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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