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과 유럽의회가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40%를 여성에 할당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27개 회원국 내 주요 기업은 2026년 6월까지 이를 충족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7일(현지 시각) 가디언·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2012년 EU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가 제안한 유럽 내 기업 성평등 증진 목표를 논의한 결과다.
합의 내용은 기업 이사회의 40%를 ‘과소대표된 성’, 즉 여성에 할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모두에 할당제를 도입한 국가에는 33%의 할당률이 적용된다. 또 성별이 다른 두 명의 후보자가 동일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기업들은 반드시 여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강제성을 갖기 때문에 목표에 기준 미달 기업은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평등은 단순히 공정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며 “2012년 EU 집행위가 지침을 제안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이 ‘유리천장’을 부술 때”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격이 있는 여성들은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2년 11월 EU 집행위는 기업 이사회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제안했다. 다만 독일, 영국 등 EU 회원국 가운데 비교적 큰 권한을 가진 국가들이 할당제의 강제성에 반대해 10년 동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라라 볼터스 유럽의회 의원은 “수년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원국들이 이번 ‘여성 이사직’ 이정표에 결국 합의하도록 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EU 회원국 27곳에서 즉각적인 진전이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 27개 회원국 중 9개국만 기업 이사회 내 성평등에 대한 법을 마련한 상태다. 유럽양성평등연구소(EIGE)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역 50개국의 주요 상장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평균 30.6%였다. EU 회원국 27곳 가운데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프랑스(45.3%)였다. 헝가리·에스토니아·키프로스의 경우 비상임이사 10명 중 1명 미만이 여성이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