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시간 거리에 性범죄 노출… 탄자니아 소녀들에게 등굣길은 가혹하기만

“임신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할머니는 아이를 지우라고 하셨는데, 무서워서 그럴 수 없었어요.”

하와(15)양을 만난 건 지난 4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마붸판데지역 천막촌에서였다. 앳된 얼굴로 한껏 부른 배를 안고 있었다. 임신 7개월째다. ‘어린 엄마’가 될 하와양은 중학교 1학년이다. 왕복 4시간 거리인 중학교를 오가는 길, 하루에도 몇 번씩 오토바이로 태워주겠다는 삐끼삐끼(오토바이 운전사)들을 만났다. 지난 5월 ‘못 이긴 척’ 오토바이 뒷좌석에 탔던 것이 화근이었다. 10월까지는 어떻게든 학교에 나갔지만 더는 부른 배를 감출 수도, 먼 길을 오갈 수도 없었다. “간호사가 꿈이었다”던 하와양은 학교를 떠났다. 같은 마을에서 만난 파투마(16)양도 같은 이유로 3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 파투마양은 “주변에도 임신하거나 아이를 낳아 학교를 못 다니게 된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많은 탄자니아 여학생이 ‘먼 통학길’로 인해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이는 여학생 교육 단절로 이어진다. /주선영 기자
많은 탄자니아 여학생이 ‘먼 통학길’로 인해 각종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이는 여학생 교육 단절로 이어진다. /주선영 기자

탄자니아에서 ‘여학생 임신’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2012년 탄자니아 정부 기초교육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임신으로 학교를 관둔 12세에서 16세 여학생은 5157명에 이른다. ‘먼 등굣길’ 때문에 많은 여학생은 성매매·성폭력 위험에 노출된다. 에이즈에 걸릴 확률도 높다. 탄자니아 에이즈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5%에 달하는 140만명,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유에스에이드(USAID·미국원조청)는 2007년부터 라디오나 현수막 등을 이용, 대대적인 ‘파타키(Fataki·성인 남성이 여학생에게 교통수단·음식 등을 대가로 성매매·성폭행하는 것) 근절 캠페인’을 벌였지만, 원거리 통학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 주지사로부터였다. ‘여자아이들이 안전하게 고등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자 기숙 고등학교를 짓는 데 도움을 줄 수 없겠느냐’는 것. 굿네이버스의 ‘마엔델레오 중학교’가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본보기 모델’로 극찬을 받았던 터에 굿네이버스에 요청한다는 말도 덧붙여 있었다. 마붸판데지역 1만5000평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달 착공, 내년 7월 완공이 목표다. 허남운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지부장은 “여학생 교육을 위한 학교, 교육을 통한 여학생들의 변화, 학교를 통한 지역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했다.

다르에스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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