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혜영 의원실, 한국아동복지학회와 함께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생통보제란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우선적으로 알리는 제도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을 확인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출생 미등록 아동 146명 중 약 20%는 지난해 조사 당시에도 여전히 미등록 상태였다. 학대 피해 아동 신고 사례 중에도 매년 50~70명이 출생 미등록 사례로 추정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동은 보육과 교육, 기초보건과 의료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로 자라게 된다.
이에 지난 2일 ‘출생통보제 도입에 관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2019년 5월 정부가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 3년만이다.<관련기사 “신생아 출생신고 빠짐없이”··· 법무부, 출생통보제 입법예고>
이 법안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의료기관의 출생 통지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세상에 태어났으나 공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동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모든 아동이 출생 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당법의 조속한 통과와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동정책 관련 의사결정에서 아동의 존엄성 보장은 최우선 가치로 고려돼야 한다”며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환희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2016년 도입됐으나, 실제로 거의 이용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성유진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법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 국적 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출생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민변 변호사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 통과는 ‘부득이한 경우 국가가 직접 출생등록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긴 시간 법률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명목으로 인권보장에 대한 의무를 외면했던 국가가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20개 조직이 연대하는 모임이다. 2015년부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와 사례 지원, 인식 제고 캠페인, 입법 노력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