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이일하·박종삼·김노보… 개발원조의 산증인들

2010년 세상을 떠난 어린이재단 고(故) 김석산 회장에 이어 정정섭 기아대책 회장이 최근 별세하면서, 한국 NGO를 이끈 1세대들의 ‘큰 별’들이 하나둘씩 지고 있다. 이에 늦기 전에 현존하는 NGO 1세대들의 역사와 발자취를 기록하고, ‘우리나라 해외원조의 산증인’인 이들의 삶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존하는 NGO 1세대로는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박종삼 월드비전 전 회장,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회장, 박동은 유니세프 부회장,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등을 들 수 있다. 1991년 7명의 지인과 함께 굿네이버스를 창립한 이일하(66) 회장은 ‘토종’ NGO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일궈냈다. 설립 당시 2억원에 불과했던 모금액은 518배인 1035억여원으로 증가했고, 128명에 불과했던 정기 후원자도 26만여명으로 늘었다. 대형 NGO로 성장한 굿네이버스는 전 국민 나눔 교육, 기부 전문 포털 ‘기부스타트’ 론칭, 적정기술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부 문화를 확대하고 있다.

박종삼(76) 전 월드비전 회장은 50년간 사회복지 현장에 있었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와 진료 봉사에 나섰고, 무의탁 청소년들을 위한 마을을 세웠다. 2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2003년 월드비전 회장에 올랐고, 9년 동안 월드비전을 39만명의 후원자와 1000억원대 모금을 하는 NGO로 키워냈다. 아동결연사업도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로 확대됐다.

김노보(68)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30년 동안 한국네슬레에서 일하다 2004년 직원 수 10명에 불과했던 세이브더칠드런에 합류했다.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길거리 모금은 이후 ‘모자 뜨기’ ‘빨간 염소’ 등 전 국민이 참여하는 모금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체계적인 후원자 관리 시스템과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도입해, 15만명의 개인 후원자로부터 270억여원을 모금하는 대형 NGO로 성장시켰다.

1988년 주한 유니세프 대표부 대외담당관으로 유니세프와 첫 인연을 맺은 박동은(77) 부회장은 25년 동안 유니세프에서 한국이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창립 실무를 총괄한 박 부회장은 20명의 직원이 32억원을 모금하던 유니세프를 1000억원을 모금하는 단체로 성장시켰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한국새마을중앙회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22년간 한국 YMCA 연맹을 이끌어온 강문규(82)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은 한국의 시민사회 토대를 마련한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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