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동기획
[이것이 사회적경제다]
④양적 성장 넘어 질적 성장으로 <끝>
사회적경제는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 정부가 사회적기업 제품의 구매 실적을 기관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기관의 구매가 늘면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매출 규모도 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7400억원이던 공공기관 구매 실적은 올해 1조62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증 사회적기업의 수도 지난달 11월 기준 3142개로 2016년(1713개)에 비해 약 83% 증가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 사이에서는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서사경)는 사회적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벌였다.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 사회적경제 보따리 토크 2021′에서는 지난 1년간 서사경이 진행했던 지원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공공 넘어 백화점·면세점 진출하는 사회적기업
서사경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진출할 수 있는 공공과 민간 시장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ESG가 유행하고 정부 주도의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친환경 제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사경은 사회적경제가 공략할 수 있는 공공 시장 분야를 ▲에너지 ▲리모델링 ▲그린사이클 ▲농업 ▲그린숲 등 5개로 나눴다. 김대석 서사경 기업전략팀 선임은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기업과 정부 기관들도 ESG 경영을 선언했다”며 “사회적경제 조직과 거래하는 게 ESG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걸 공공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서사경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대상으로 ‘공공시장 활성화 지원 사업’을 펼쳤다. 친환경 섬유패널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는 이번 지원 사업을 통해 공공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공공시장 판매에 필요한 ‘우수재활용제품 인증서’ ‘녹색인증’ 등의 제품 인증을 받았고 공공기관을 겨냥한 홍보·마케팅 콘텐츠를 마련했다. 공공기관에 직접 시제품을 선보일 기회도 제공받았다. 박장배 세진플러스 이사는 “한 지자체에선 구의원들이 직접 사업장에 찾아와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하기로 했다”며 “접근하기 어려웠던 공공시장 판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사경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민간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유통형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사업’도 진행했다. 가치소비 브랜드를 발굴해 온·오프라인 채널로 유통하는 이른바 ‘소셜벤더’ 기업 5곳을 지원해 더 많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품이 시민과 만날 수 있게 도왔다. 이 사업에 선정된 5개 기업은 ▲세상에없는세상 ▲오마이컴퍼니 ▲오엠인터랙티브 ▲우리아이친환경 ▲아트임팩트 등으로 약 5000만원의 지원금을 각각 지원받았다.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가진 소셜벤더들은 102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백화점·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업을 통해 올 한 해 창출한 매출은 26억원에 달한다. 최재석 우리아이친환경 대표는 “온·오프라인 매장 입점조차 쉽지 않았던 영세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 더 뜻깊었다”면서 “대표님들께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사회적경제의 주체로 떠오르는 청년들
MZ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은 사회적 변화에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세대다.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위해선 청년들이 사회적경제로 유입돼야 하지만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서사경이 서울 소재 인증 사회적기업과 서사경 지원사업 참여 기업 등 741곳 대표들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80~90년대생은 전체의 20.1% 정도였다. 90년대생은 3.1%에 불과했다. 신수민 유한대 보건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한 핵심은 혁신의 주체인 청년 세대 유입”이라고 했다.
올해 서사경은 청년과 사회적경제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청년이 만드는 사회적경제 혁신사업 모델 지원 사업 ‘리틀빅스피커’는 청년 여성의 삶과 맞닿은 다양한 사회적가치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게 지원한 사업이다. 윤설화 서사경 기획전략실 선임은 “아이디어를 지닌 청년 여성과 사회적경제의 접점을 넓혀가는 것을 목표로 한 사업”이라며 “지금까지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 편히 실험해볼 수 있는 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는 15개 팀이 참여해 건강, 성평등, 기후위기 대응, 비건 등 다양한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과 해양 쓰레기 자원의 업사이클을 접목시킨 ‘제로투제로 프로젝트’ ▲단체 운동 경험이 부족한 여성에게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실 그때 운동이 싫었던 게 아니라 몰랐던 거야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제로투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홍다혜씨는 “리틀빅스피커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프로젝트를 더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청년들을 마을기업의 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사경은 올해 3월 ‘청년로컬액션’ 사업을 진행해 지역 기반 비즈니스를 희망하는 청년 조직을 대상으로 참가팀을 모집하고 5개 조직을 선발했다. 선발된 5개 조직은 ▲물꼬 ▲더셰프 ▲수상한협동조합 ▲스튜디오 490 ▲고독스테이 등으로 각각 사업비 500만원과 창업교육기업의 1대1 코칭을 지원받았다. 참가 팀 중 3곳은 실제로 마을기업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은평구 지역아동센터 출신 청년들과 센터 종사자들로 팀을 이룬 ‘물꼬’는 코로나19로 늘어난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해 돌봄 기관 등에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김동주 물꼬 대표는 “청년로컬액션을 통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코칭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식당을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