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외 600여 ESG 평가지표로 겪는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한국형 ESG 지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속가능경영유공 시상식을 열고 총 61개 항목으로 구성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의 3000여 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해 마련됐다. 특히 관계부처, 분야별 전문가, 산업계, 연기금, 금융·투자기관, ESG 평가기관, 신용평가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국내 기업이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산업부는 “최근 기업 평가, 투자 기준 등 때문에 ESG경영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외 ESG 평가기관들은 평가 기준이나 평가 결과 도출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ESG경영 도입과 평가 대응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기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에 정보공시(P) 부문을 추가해 총 4개 범주로 구성됐다. ESG 이행과 평가의 핵심·공통 항목은 61개다.
분야별 진단 항목을 살펴보면, 환경(E) 부문은 ▲환경경영 목표 수립 ▲재생 원부자재 비율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재사용 용수 비율 등 17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사회(S) 부문은 ▲정규직 비율 ▲여성 구성원 비율 ▲장애인 고용률 ▲산업재해율 ▲협력사 ESG 지원 등 22개 항목이며, 지배구조(G) 부문은 ▲사외이사 비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성별 다양성 ▲윤리규범 위반사항 공시 ▲지배구조 규제 위반 등 1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정보공시(P) 부문은 ▲ESG 정보공시 방식 ▲ESG 정보공시 주기 ▲ESG 정보공시 범위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공통 항목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한 추가 진단항목도 마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 산업 공통으로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항목을 선별해 필요에 따라 기본 항목을 대체하거나 추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추가 진단 항목으로는 ▲산림탄소흡수량 ▲에너지 효율 ▲소비자 정보 제공 ▲정규직 중 고졸 비율 ▲경영진 성과 평가와 보상 등이 있다. 정부는 K-ESG 가이드라인을 1~2년 주기로 개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업종별·기업규모별 세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정부는 정부 차원의 ESG평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에 ESG 경영의 핵심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ESG 경영을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일 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ESG경영 우수기업에 대한 정부 포상이 진행됐다. 대통령표창은 ‘싱글랜 기술’을 통해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책임경영 강화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SK텔레콤, 국내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운영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하나금융지주가 받았다. 국무총리표창은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린 기아,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협력사들에 기술·금융 지원에 힘쓴 OCI가 수상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