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전기비행기, 양양서 힘찬 ‘날개짓’…남은 과제는

토프모빌리티, 공항 첫 운항 성공
배터리 효율·충전 인프라 등 점검

“지금 바람이 너무 강해서 안전상 이륙이 어렵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활주로. 미래항공모빌리티 기업 토프모빌리티(토프)가 국내 최초로 ‘상용 공항 활주로’를 활용한 전기비행기 비행을 실시했다. 앞선 탑승은 진행됐지만, 기자가 탑승을 앞두고 대기하던 사이 기상 상황이 급변했다. 강풍 탓에 기자의 시승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은 전기비행기의 가능성과 과제가 함께 확인된 순간이었다.

전기비행기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유럽항공안전청(EASA) 인증을 받았고, 같은 해 조종사 훈련과 항공 레저 분야를 중심으로 상용화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과 유럽 11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토프모빌리티가 2024년 국내에 도입한 기체는 슬로베니아 항공기 제조사 피피스트렐(Pipistrel)의 2인승 전기비행기 ‘벨리스 일렉트로(Velis Electro)’다. 회사는 약 1년에 걸쳐 시험 비행과 안전성 검증, 국토교통부의 규제 검토 절차를 거쳐 2025년 전기비행기 인증을 획득했다.

정찬영 토프모빌리티 대표는 “이번 비행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 전기비행기가 실제 공항 시스템 안에서 상용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아시아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 “소음·진동 없다”…공항 ‘커퓨타임’ 해결사 될까

벨리스 일렉트로의 가장 큰 강점은 ‘소음’이다. 일반 항공기는 ‘공항소음방지법’에 따라 소음 등급(1~6등급)에 맞춰 착륙료의 10~30%에 해당하는 소음부담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소음이 클수록 비용 부담도 커진다. 김포공항에 커퓨타임(Curfew·야간 운항 금지 시간)이 있는 것도 결국 소음 문제다. 

정 대표는 “현재 항공사들은 착륙할 때마다 소음 등급별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소음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전기비행기는 소음이 거의 없어 이런 비용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날 조종간을 잡은 10년 차 베테랑 조종사 김해민 씨도 소음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연기관 항공기는 시동을 걸면 소음이 커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쓰고 마이크로 대화해야 한다”며 “반면 이 비행기는 헤드셋 없이도 옆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토프 측에 따르면 기체 소음은 약 60데시벨(dB)로, 카페에서 대화하는 수준이다. 80dB을 훌쩍 넘는 기존 경비행기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체감 진동에 대해서도 김 조종사는 “진동은 ‘적은’ 게 아니라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탄소 ‘0’, 운용비는 40% 절감

친환경성도 강점이다. 내연기관 비행기가 160km를 비행하며 약 500파운드(226kg)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달리, 전기비행기는 운항 중 탄소 배출량이 ‘0’이다. 

또 항공유를 사용하지 않고, 엔진 구조가 단순해 유지·정비 비용까지 포함하면 동급 내연기관 항공기 대비 운용 비용이 약 40% 저렴하다는 게 토프 측 설명이다. 

◇ 남은 과제는?…“운용하며 검증·보완하는 단계”

물론 전기비행기가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배터리 안전성과 짧은 주행거리, 기상 변수 등은 전기비행기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산이다. 다만 토프모빌리티는 이를 실제 운용을 통해 검증·보완해 가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배터리 안전성과 관련해 토프 측은 항공기 특유의 보수적인 관리 체계를 강조한다. 정찬영 대표는 “항공기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된다”며 “2000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라도 실제 운용은 50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충분한 안전 여유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리스 일렉트로는 배터리 2개를 탑재해 하나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운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배터리 효율에 대해서도 토프 측은 초기 적용 영역을 명확히 설정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입장이다. 벨리스 일렉트로는 1시간 충전 시 최대 50분 비행이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는 제약이 있지만, 정 대표는 “조종사 훈련이나 공항 인근 관광 비행과 같은 현재 주력 사업 영역에서는 30~40분 운항만으로도 충분한 활용도가 있다”며 “실증 가능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저온 성능 저하와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해서는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며 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겨울과 여름의 효율 차이, 바람 방향에 따른 전력 소모량 등을 분석해 운항 매뉴얼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쌓은 데이터가 향후 전기비행기 운항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이동식 충전기를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9인승 이상 중대형 전기 기체 도입에 맞춰 국토교통부와 함께 충전 설비 구축과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운항·보수·배터리 교환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토프모빌리티는 이번 양양 비행을 시작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양양의 지리적 한계를 전기비행기의 빠른 이동성으로 극복하고, 향후에는 대형기가 취항하기 어려운 울릉도 공항 등으로 노선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지금은 2인승 소형기 단계지만, 이 기체를 실제 공항에서 운용하며 쌓는 데이터가 향후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항공기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며 “전기비행기 운영부터 유지·보수, 배터리 교환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양양=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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