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에 인명을 앗아가는 기상재해 낙뢰(落雷)가 기후변화로 잦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낙뢰의 왕국’으로 불리는 브라질에서는 연평균 낙뢰 발생 건수가 7000만건에서 1억건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현지 시각) 브라질 일간지 폴랴지상파울루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산하 대기전력연구소의 연구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연평균 낙뢰 발생 건수가 약 42% 급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낙뢰는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현상이다. 구름대에서 발생한 벼락이 지면으로 떨어질 때 순간적으로 3만도에 이르는 급격한 가열이 일어나고 대기는 폭발적으로 팽창하게 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낙뢰로 인해 2194명이 사망했다. 벼락이 주거지 등에 떨어져 인명피해를 낸 사례는 연간 300번 정도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낙뢰 피해 사망자는 연간 100명 안팎으로 조사됐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브라질 전국의 농가에서만 소 2973마리가 벼락에 맞아 폐사했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1500만 헤알(약 31억9200만원)으로 확인됐다. INP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뢰가 동반하는 강풍이나 폭우가 지속되면 소들이 본능적으로 나무 울타리 근처에 모이기 때문에 낙뢰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2014년 초에는 리우데자네이루시의 명물인 거대 예수상에 벼락이 떨어져 예수상의 손가락 두 개와 머리 부분이 손상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낙뢰로 인한 브라질의 연간 재산피해를 최소 10억 헤알(약 2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빈번한 낙뢰는 브라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 인도네시아와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 적도 인근의 국가에서 흔하다. 이 밖에 북극의 낙뢰 발생 건수는 지난 10년간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로버트 홀즈워스 교수 연구팀과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 연구팀이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위 65도 이상 지역에서 발생한 번개 횟수는 2010년 약 1만8000여건에서 2020년 15만 3000여건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낙뢰가 8만2651건 발생했다. 기상청이 지난 5월 발간한 2020 낙뢰연보에 따르면, 이는 전년보다 26% 증가한 수치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