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대기업 500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를 일절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 아라베스크(Arabesque)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 세계 5000개 대기업 중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공시 기준 11개를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기업 비율이 5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TCFD 기준에 맞춰 정보를 모두 공개한 기업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헬스·기술 서비스 분야 기업의 70% 이상이 TCFD 기준에 따른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아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에 가장 소극적인 업종으로 꼽혔다. 아라베스크는 “에너지 기업들이 TCFD 공시 기준을 상대적으로 많이 충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CFD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업들의 관련 재무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돕기 위해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졌다. TCFD가 마련한 공시 기준은 ▲지배구조 ▲기후변화 대응 전략 ▲리스크 관리 ▲성과 지표와 목표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구분되며 총 11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 영역에는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 및 관리하는 경영진의 역할 등이 담겼다.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는 ▲단기·중기·장기적 관점에서 확인한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가 조직의 사업, 전략 및 재무계획에 미치는 영향 ▲섭씨2도 이내 상승 등 각종 기후변화 시나리오상 조직 전략과 재무계획에 미치는 영향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위험의 식별 및 평가를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 ▲기후변화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 ▲기후변화 관련 위험의 식별, 평가 및 관리 프로세스를 조직의 전반적인 리스크관리 체계에 통합관리하는 방법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성과 지표와 목표 영역에는 ▲조직이 전략 및 리스크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 ▲온실가스 배출량 및 관련 위험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기회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조직의 목표 및 목표대비 성과 등이 포함됐다.
다니엘 클리어 아라베스크 회장은 “TCFD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공유하고 기준”이라며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한다는 약속을 함께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TCF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TCFD 기준에 따라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기업·기관은 전 세계 2600여 곳으로 전년 대비 1000개 이상 늘었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25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