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하고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2021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의 성과공유회 ‘2021 파이널 임팩트 데이’가 열렸다.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는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기술, 서비스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H-온드림 B’ 참가 팀들의 피칭 시간이 마련됐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친환경 살균 기술, 크리에이터 지원, 무장애 기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캐스트’는 산소를 활용한 마이크로 플라즈마 기술로 친환경 살균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에 자외선을 활용한 UV 살균기나 화학약품을 활용한 살균기는 UV 파장, 화학물질이 닿는 곳만 살균됐다. 하지만 캐스트의 플라즈마 살균 기술은 산소로부터 발생하는 오존을 활용해서 기체가 닿는 곳이라면 전부 살균된다.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살균 기술이다. 염소로 소독하던 수영장 물 등에도 활용된다. 캐스트는 이 기술을 활용해 캄보디아에서도 수질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환 캐스트 대표는 “내년부터 인도, 유럽 등에도 수출할 예정이며 공해 오염물질, 메탄 등을 마이크로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공기 개질을 통해 수소를 만들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기술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H-온드림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운영사의 액셀러레이팅, 마케팅, 웹사이트 개발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뉴트리인더스트리’는 곤충 동애등에 애벌레에게 음식물쓰레기를 먹여 처리하고, 애벌레는 사료나 비료에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부가물로 만든다. 국내 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1만6000t 이상이며 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음식물쓰레기는 80%가량이 수분이고, 유기물은 20% 수준이다. 유기물 20%는 건조 분말 형태로 재활용되고 탈수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들어간다. 뉴트리인더스트리는 로봇을 활용한 무인 자동화 공정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애벌레에게 먹이고 사육해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 특히 맵고, 짜고, 수분 함량이 높은 국내 음식물쓰레기에 적용할 수 있는 먹이 표준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경남 창원시에서 재활용 처리공장을 운영 중이다.
‘조인앤조인’은 병아리콩, 해초 등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비건 디저트를 만든다. 식물성 우유, 계란 흰자 대체재 ‘아쿠아파바’ 등을 개발해 다양한 식물성 디저트의 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또 이 기술을 활용해 아이스크림, 마카롱 등을 판매하는 자체 디저트 브랜드 ‘널담’을 만들었다. 1년 6개월 만에 3000~4000곳의 카페, 베이커리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진해수 대표는 “지난해에만 이산화탄소 6만1248kg을 흡수한 효과를 냈고, 이는 30년 된 소나무 9280그루의 탄소 흡수량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엘비에스테크’는 시각장애인들은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과 비대면 주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엘비에스테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G-EYE 플러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보행 길 안내를 제공하고 건물 입구도 알려준다. 또 식당에서 키오스크나 계산대를 찾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음료 등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보행자들,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보행로의 장애물 정보로 활용해 2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세종 새롬동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하고 지역화폐를 활용해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실증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엘비에스테크의 목표는 ‘무장애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비풀’은 온라인에서 취미 클래스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재고 부담 없이 준비물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크리에이터 가운데 수입을 안정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비율은 약 94.9%에 달한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수, 그림 그리기 등 취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콘텐츠 이외에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취미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 준비물의 질 하락 등 문제가 발생했다. 양순모 하비풀 대표는 “크리에이터는 취미 클래스 콘텐츠만 유튜브에 올리면 되고, 우리에게 취미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만 알려주면 된다”며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 3만원밖에 벌지 못했던 한 크리에이터는 준비물 수익으로만 첫 달에만 2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날 성과공유회에는 H-온드림 펠로우인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도 무대에 올랐다. 2013년 H-온드림 인큐베이팅 사업에, 2018년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선정됐던 두손컴퍼니는 현재 풀필먼트 ‘품고’를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 고령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박찬재 대표는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사업을 운영했는데 H-온드림의 지원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종이 옷걸이 등을 친환경 제품을 만들다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풀필먼트 사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현재 두손컴퍼니는 용인, 남양주, 파주 등 경기 지역 5곳에서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H-온드림의 지원을 받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잘라테크’도 소개됐다. 잘라 테크는 새우 양식 수확 예측, 어업인들의 자금 관리 등을 도와 새우 양식 어업인들의 수익을 개선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