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이 오염된 토양에서 자라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해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포스텍 등 공동 연구진은 “식물 뿌리를 통해 초미세플라스틱이 흡수돼 미세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이 농작물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도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중금속인 카드뮴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으로 복합 오염된 토양에서 배추과 식물 ‘애기장대’를 길렀다. 21일 후 뿌리와 잎의 횡단면 세포를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 내에서 평균 30nm(나노미터)의 초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식물 대사 작용 과정에서 나오는 저분자 유기산과 뿌리 주변 토양에 있는 미생물 군집이 상호작용해 초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은 크기로 분해된 것이다. 이 플라스틱은 식물 내부로 다시 흡수될 수 있다.
복합 오염된 토양에서는 식물 성장도 느렸다. 카드뮴이나 나노플라스틱 한 가지에만 오염된 토양은 식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두 종류로 복합 오염된 토양에서는 독성 상승효과에 의해 생육이 저해됐다. 복합 오염된 토양에서는 일반 토양보다 중금속 흡수량도 15%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사를 지을 때는 국내에서 연간 70만t이 넘는 ‘멀칭필름’을 사용한다. 멀칭필름이란 시커멓고 얇은 플라스틱 필름으로, 흙을 덮어 햇빛을 차단하고 토양의 온도·습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이 필름이 미세화돼 토양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토양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고 축적돼 생물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학원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농산물의 초미세플라스틱 흡수도와 오염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는 영국왕립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 나노’의 10월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