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97개국이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기후협약에 합의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내년에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13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이 채택됐다. 당초 폐막일이었던 12일을 하루 넘길 정도의 치열한 협상 끝에 채택된 이번 조약문에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 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촉구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COP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 연료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합의문에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적응재원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2배로 확대하고 기술이전을 대폭 확충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청년기후서밋 연례 개최도 포함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석탄발전 ‘중단’이라는 문구는 인도와 중국의 반발로 ‘단계적 감축’으로 수정됐고, 석탄발전 축소와 관련해서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과 ‘비효율적인’이란 모호한 문구가 삽입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스위스 등 일부 국가는 실망했다고 밝혔고, 기후위기 피해 최전선에 있는 도서국들은 분노하며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 어느 국가에도 구속력이 없다”고 평했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실망스럽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데 모든 대표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환경 운동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졌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COP26 합의문에 대해 “요약해줌: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라고 혹평했다. 툰베리는 지난 7일에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작은 발걸음’ 등과 같은 말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글래스고 기후조약과 함께 세계 각국은 내년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1.5도 이내 상승억제 목표에 맞게 다시 내기로 했다. NDC는 5년 단위로 내게 돼 있지만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은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은 1.5도에 맞지 않는 NDC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까지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온도 상승 폭이 2.4도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내년에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2023년 제28차 총회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된다. 한국은 당초 28회 총회 유치를 희망했으나 UAE와의 관계를 고려해 33회 총회 유치를 선택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