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시위대 114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국제 미인대회 무대에 오른 미얀마 여대생이 국제 사회의 도움을 눈물로 호소했다.
양곤대 심리학과 학생인 한 레이는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2020’ 최종 심사 무대에서 군부에 탄압받는 “미얀마 국민을 살려달라”고 말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 국제 미인대회다. 그간 레이는 SNS에 미얀마 운동상황 게시물을 꾸준히 올려 왔고, 이번 대회에 참여한 이유도 전쟁과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흰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한 레이는 눈물을 흘리며 “미얀마 국민이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거리에 나설 때, 저 역시 이 무대에서 똑같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당장 긴급한 국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를 수어(手語)와 함께 부르며 연설을 끝냈다.
이날 한 레이는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대회가 끝나고 본인의 SNS에 “나는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모두가 제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전역 41개 도시에서 반군부 시위가 벌어졌다. 군경은 실탄과 고무탄을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최소 114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길을 가던 행인을 포함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