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전문 비영리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식품 관련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식물성 제품 판매에만 치우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CDP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식품 산업으로 인한 환경 영향과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평가한 보고서 ‘변화를 위한 갈망–기업들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유통 체계를 만들고 있나(Hungry for Change-Are companies driving a sustainable food system?)’를 통해 “식품 관련 기업들의 근본적 변화 없인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 분야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도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CDP는 보고서를 통해 “식품 관련 기업들이 생산·제조·유통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기보다 식물성 제품의 추가 개발과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네슬레, 월마트, 테스코 등 생산·제조·유통 분야의 거대 기업 504곳으로부터 받은 환경 영향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업들의 정보 공개 수준과 기후위기 대응 목표의 구체성·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식품 산업으로 인한 ▲기후 변화 ▲숲과 토지 ▲물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관련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농경지의 절반은 식품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축과 사료를 키우는데 77%가 쓰인다. CDP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 수자원의 70%는 식품 산업에 쓰이고 있어 수자원 사용량이 공급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도 지적했다.
CDP는 식품 산업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의 가장 큰 문제로 구체적인 목표 설정 부족과 밸류체인 안에서의 변화 부족을 꼽았다. 식품 관련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면적으로 고수하면서도 개별 기업 안에서의 구체적인 대응 기준과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 CDP에 따르면, 물 사용량과 탄소배출량 관련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기업은 전체 기업 중 각각 14%와 16%에 불과했다.
한편 대체단백질 시장에 대한 투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0년 1분기 전 세계 투자액은 9억3000만 달러(약 1조27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도 전체 투자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를 두고 CDP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떠오른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생산을 늘리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생산 과정과 유통 등 모든 측면에서 탄소배출량 축소 등 구조적 전환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CDP는 개별 기업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기준도 제시했다. ▲환경적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공개할 것 ▲밸류체인 안의 파트너들에게 지속가능한 생산·제조·유통 구조를 위한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 ▲‘저탄소 전환’을 위한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세울 것 ▲환경영향 평가에 따라 제품생산·연구·마케팅·성과보상을 할 것 등이다. CDP는 “생산·유통 체계의 근본적 구조를 바꾸는 기업만이 감염병·자원고갈 등 심각한 기후위기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