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환자를 치료하는 약처럼… 건강한 사회 위해 전직원이 뛴다

한국 MSD ‘러브 인 액션’
직원들 자발적 참여로 6년째 매달 봉사 계속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사내 인트라넷 통해 공유

빨간색 얼굴에 동양적인 화려한 무늬,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눈. 괴기한 모양의 탈을 쓴 큐레이터가 질문을 던졌다.

“이 요술탈에는 목에 거는 끈이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탈을 쓸까요?”

양갈래에 갈색 원피스를 입은 주미(가명·9)가 큐레이터에게 성큼 다가서서 탈 안을 가리킨다.

“맞아요. 탈 안에 있는 골무를 입에 물면 된답니다. 이 탈은 인도네시아 왕실에서 큰 축제가 열릴 때 쓰는 거예요. 춤을 출 때 이렇게 하면 잘 떨어지지 않겠죠?”

지난 19일, 명진 들꽃사랑마을 보육원 아이 13명은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탈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전시회를 찾았다. 글로벌 제약회사 한국 MSD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러브 인 액션(Love in Action)’에 참여한 멘토 13명도 함께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멘토와 손을 꼭 잡고 탈 색칠하기, 전통 의상 입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에 자유롭게 참여했다. 전시회 내내 멘토와 찰떡같이 붙어 있던 막내 유영(가명·6)이는 자신이 만든 분홍색 토끼탈을 쓰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지난 19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탈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전시회에서 명진 들꽃사랑마을 보육원 아이들이‘나만의 탈 만들기’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 MSD 제공

지난 19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탈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전시회에서 명진 들꽃사랑마을 보육원 아이들이‘나만의 탈 만들기’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 MSD 제공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MSD의 ‘러브 인 액션’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일명 ‘러브 인 액션 데이’)에 이뤄지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러브 인 액션 데이’ 2주 전이면, 아동, 노인, 지역사회 등 다양한 대상자에 대한 봉사 프로그램이 사내 인트라넷으로 공유되고 선착순으로 봉사자 신청을 받는다. 봉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자, 그리고 시간(오전·오후)에 따라 활동처를 정한다. 봉사활동팀마다 ‘커미티’라는 리더가 세워져 매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팀원을 이끈다.

이날 함께 전시회를 찾은 들꽃사랑마을 아이들과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들꽃사랑마을 봉사활동을 신청한 직원들은 7~10세의 저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어린이대공원 캐릭터 월드, 암사동 선사 주거지를 방문하는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한다.

명진 들꽃사랑마을 권진희(35) 선생님은 “한국 MSD는 5년 동안 매월 한 번씩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는 기업 봉사활동 중에서 극히 드문 경우”라며 “같이 놀아주는 언니, 형, 삼촌이 오는 셋째 주 토요일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들꽃사랑마을 봉사활동의 경우,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참여하는 직원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크고 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며 입을 모았다. 한국 MSD 우먼헬스부서 김호중 대리는 4년째 들꽃사랑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처음 2~3개월은 아이들이 낯도 가렸는데 계속 오다 보니 이젠 먼저 달려와서 안기기도 한다”며 “초등학교 입학 전 시즌에 만나 가방을 사줬던 한 아이가 이젠 프로그램 참여자 중 제일 고참이 되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들꽃사랑마을 보육원뿐만 아니라 마포 지역의 드림스타트센터도 한국 MSD의 아동 대상 봉사활동처다. 드림스타트센터 아동 및 가족과 함께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조손가정의 아이들을 초대해 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드림스타트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07년부터 전국 빈곤아동 밀집 지역을 거점으로 아동과 그 가족 및 임산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복지 사업이다)

아동 외에도 독거노인, 시각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나눔 활동을 자발적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6년째 진행해 온 마포푸드마켓 ‘사랑의 장바구니’ 봉사 활동은 독거 노인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부터는 독서의 기회가 제한된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낭독 봉사를 실시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점자 도서 제작을 위한 교정 봉사에도 참여하며 봉사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한국 MSD 홍보팀 곽지영 대리는 “낭독·교정 봉사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집중해서 진행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개인이 별도로 시간을 내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에는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아주 특별한 낭독 콘서트’를 열었다.

‘러브 인 액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는 목표였던 1300시간을 넘는 1530시간을 기록하고, 누적 참가 직원 수도 510명으로 2011년에 비해 약 30% 증가하는 등 뚜렷한 증가세가 보였다. 곽지영 대리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회사 내부적으로 지역사회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봉사활동의 의미를 발견한 동료들의 추천을 받고 참여하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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