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서 ‘접근성(accessibility)’을 고려한다는 건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도록 사용자 특성을 고려해 제품·서비스·(사용)환경 등을 디자인하는 것을 뜻합니다. 구글은 접근성을 핵심 가치로 추구하며 다른 개발자들도 접근성 높은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제12회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정지현 구글플레이 앱 비즈니스 수석부장이 말했다.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는 국내 앱 개발자들이 모여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이번 행사의 주제는 ‘접근성’이었다. 연사로는 지난 4월 구글플레이가 주최한 ‘2019 앱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우아한형제들의 김용훈 상무와 SK텔레콤의 서종원 T맵서비스 셀(cell) 매니저가 참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앱 ‘T맵’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두 개발자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봤다.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상무
“2014년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앱 사용이 어렵다’고 리뷰를 남긴 것을 계기로 배달의민족 앱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특히 시각장애인 사용자가 화면을 터치했을 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버튼이나 배너 이미지에 정보를 담은 대체 텍스트 입력에 신경쓰고 있다. 또 저시력·색맹 사용자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제작할 때 채도와 명도 차이가 뚜렷한지 점검한다.
지난 11월에는 구글플레이의 지원으로 저시력·전맹(全盲) 사용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시각장애 사용자가 앱을 쓰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직접 볼 수 있었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좀 더 명확히 알게 됐다. 앞으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갈 생각이다.
사실 앱의 접근성을 개선했을 때 실질적으로 편리함을 느끼는 사용자는 소수다. 그런데 피드백이 명확하게 오는 걸 보면서 접근성 문제가 무척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부에서도 접근성 개선 작업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니 회사에서도 더욱 접근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개발자들도 보람을 느낀다.”
서종원 SK텔레콤 T맵서비스 셀 매니저
“운전자는 기본적으로 손은 핸들에, 눈은 전방에 묶여 있다. 내비게이션 앱은 이처럼 사용자가 손과 눈의 불편함을 겪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개발 초기인 2002년부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해왔다.
T맵은 2016년부터 ‘음성 인식’ 서비스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여왔다. 사용자의 명령어를 분석해 인공지능(AI)이 어떤 명령어를 못 알아듣는지, 명령어를 알아들었는데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 등을 파악해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성별·나이·출신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음성 명령 인식률은 95% 수준이다.
음성 인식 서비스만으로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들은 시각적 요소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때도 접근성만 따지면 버튼은 크고 색은 뚜렷한 게 좋은데, 디자인 측면에서는 ‘안 예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개발 프로세스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이런 갈등 지점을 함께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처럼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꾸준히 소통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투자할 때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중요한데, ROI를 따진다면 접근성 개선은 실현되기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개발사들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태도로 접근성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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