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난민 공동체 협동조합
아프리카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234만㎢의 광대한 땅,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 ‘아프리카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땅엔 상처가 가득하다. 15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5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폭력단체에 의해 살해당했고, 콩고 동부에서만 20만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자국을 탈출한 난민이 50만명을 넘어섰다. 레베카(가명·36)씨도 2004년 전쟁터로 변한 콩고를 뒤로 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레베카씨처럼 콩고에서 피난 온 이들은 함께 모여 콩고 커뮤니티를 이뤘다. 그러나 콩고 커뮤니티에 속한 20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인원은 고작 5명에 불과했다.
한국 땅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콩고 커뮤니티’만의 경제적 자립 모델이 필요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콩고 커뮤니티’ 회원 중 한 명이 공사장에서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콩고로 보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지만, ‘콩고 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을 방법도 없었다. 그날 이후 이들은 지속가능한 운영 방법을 모색하며 머리를 맞댔다. 조직도를 만들고, 공동체 규약을 정했다.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낼 것’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모임에 반드시 참석할 것’ ‘커뮤니티 내에선 정치적 발언을 삼갈 것’ 등이 그 내용이다.
회비를 통해 모인 금액은 응급 상황이 발생한 이들에게 보증 없이, 이자 없이 빌려준다. 이 덕분에 보증금이 없어 월세 방에서 쫓겨난 회원이 ‘콩고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지낼 곳을 마련할 수 있었고, 갑작스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멤버는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최대 3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도움을 받은 이는 혹시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다른 회원이 지원을 받지 못할까 봐, 더 빨리 돈을 갚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회비를 내고, 빌린 돈을 갚기는 어렵다. 특히 ‘6개월 이상 회비를 내지 않으면 퇴출당한다’는 조항이나 ‘돈을 빌린 뒤 8개월 이상 갚지 않으면, 이자가 5%로 책정된다’는 부분은 이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 ‘콩고 커뮤니티’는 이러한 문제를 ‘품앗이’로 해결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서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회비를 대신 내줍니다. 그 대신 난민 신청자들은 이들이 직장에 나간 사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어요. 영어를 잘하는 회원은 아이들의 영어 선생님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회원은 미술 선생님이 됩니다. 회비 몇만원 보다 더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죠.”(레베카씨)
어려운 상황 때문에 지금 당장 돈을 갚지 못하는 회원에겐 채무 이행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머물 곳도, 돌아갈 곳도 없던 난민 공동체는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립 모델을 완성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