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사회공헌, 학교 속으로
타임머신 기능이 탑재된 시계를 발견한 이한희(14)군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여행 기회는 단 3번.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둔 그는 수학 시험 다음날로 시간을 설정했다. 눈깜짝할새 미래로 날아간 그는 답안지를 주머니에 접어넣고 다시 시계를 누른다. 그렇게 수학, 영어, 과학 답안지까지 확보한 이군의 세 과목 점수는 100점. 마지막 국어 시험을 앞둔 그는 고민 끝에 타임머신 규칙을 깨고 과감히 네번째 시간여행에 도전한다. 시계를 누르자마자 미래 세계에서 칼을 든 경비원에 쫓기던 이군은 결국 봉변을 당한 뒤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 만다. 하얀 눈 위에 버려진 시계를 지나가던 학생이 발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지난 12월 27일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선 ‘3분 영화’ 상영이 한창이었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총 다섯편. 시간여행을 다룬 ‘톱니바퀴’, 낯선 학생의 교실 침입을 다룬 코믹 공포물 ‘수상한 건어물’,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의 귀신 소동을 다룬 ‘복수’, 고무장갑 장풍을 날리며 학교 싸움왕을 가리는 ‘가오학교’, 학교로 잠입한 외계인 전학생 스토리를 담은 ‘수상한 전학생’ 등 끼와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꾸려졌다. 영화를 만든 이들은 다름아닌 수유중학교 학생들. 5명씩 한팀을 꾸린 이들은 영화 제작부터 상영까지 감독, 편집, 음향,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모든 역할을 해냈다. 롯데시네마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이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스마트폰 영화제작 체험교육’을 통해 전문 교육을 받은 덕분이다. 이날 오프닝을 장식한 시간여행 영화 ‘톱니바퀴’의 감독 겸 배우 역할을 한 이한희군은 “평소 음악·영상·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스마트폰 영화제작 교육을 받으면서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음악과 게임 관련 ‘유튜버’가 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기업 사회공헌, 학교 속으로
‘스마트폰 영화제작 체험교육’은 다양한 주체간 협력으로 시작됐다. 중학생의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이 필요한 학교,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사회공헌 현장을 찾던 기업,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각지대를 메우던 비영리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강동영 롯데시네마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해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미래세대에 투자할 수 있는 영화 제작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시나리오 대본 작성은 물론 촬영, 영상 편집까지 배울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년 중학교에서 실시된 자유학기제(1학기)가 올해부터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1년제(자유학년제)로 확대되면서, 학교들의 고민이 커졌다. 보다 체계적이고 현장 중심의 진로 체험 활동을 위해 관련 기업과의 연계가 중요해진 것. 이에 아동·청소년 지원 사업을 해오던 ‘아이들과미래재단’은 롯데시네마, 영화 감독 및 아동 전문가들과 함께 매뉴얼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그리고 수도권내 중학교 2곳(안산 선희중, 수유중)을 선정,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은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총 14회(28시간)에 걸친 커리큘럼을 진행했다. 시나리오 쓰는 법, 촬영기법, 조명·편집·동시녹음, 스토리보드 작성, 2분 개인방송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단편영화 제작 등 단계별 교육 과정을 담았다. 자유학년제를 겨냥한 프로그램인 만큼 모든 커리큘럼은 학교에서 진행됐다. 손식 아이들과미래재단 선임은 “학생들의 영화 촬영을 위해 평소 잠겨있던 옥상을 개방하고 안전을 위해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는 등 학교의 적극적인 배려로 교육 과정이 더욱 알차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감독–멘토–멘티 ‘3박자’가 빚은 최고의 3분
스마트폰 영화제작 교실을 택한 학생들은 5명씩 팀을 꾸렸고, 한 팀당 1명씩 대학생 멘토들이 함께했다. 모두 연극영화과 전공생 또는 영화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다. 영화 감독들은 14주간 학교로 찾아가 이론 및 실습 강연을, 대학생 멘토들은 보조강사로 활약했다. 드론 촬영 실습땐 전문 촬영감독들까지 작업을 함께하며 전문성을 더했다. 이한수(22·한양대 연극영화과) 멘토는 “영화 연출을 공부 중인데 학생들과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면서 “스마트폰, 아이패드로 영화 촬영·편집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실력을 쌓아가더라”고 설명했다.
14주간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완성한 단편 영화는 롯데시네마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영화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팀별로 무대 앞에 나와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갔다. 감독·배우·연출·음향 등 각자 맡은 역할에서 느낀 애로점과 에피소드를 나눴다. ‘수상한 건어물’ 감독을 맡은 노민지(14)양은 “화면에 내 얼굴이 나오는게 부담돼서 감독을 맡았는데, 욕도 많이 먹었지만 영화관에 내 작품이 상영되니 감동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스마트폰 영화제작 체험교육은 올해 더 확대될 전망이다. 강동영 롯데시네마 커뮤니케이션팀장은 “4개 학교로 확대하고 3박4일 영화제작 캠프도 운영할 계획”이라며 “미래의 훌륭한 영화 감독과 작가들이 이곳을 통해 더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