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미소(美小) 캠페인 ⑦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
“밥상에 반찬 하나 더 얹어주면 밥 한 끼 먹고 난 후에 끝이잖아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게 해야죠.”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WCM) 김기중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 단체의 모토는 ‘함께 잘사는 지구촌 NGO운동’이다. 어떻게 잘살게 한다는 걸까. 비결은 바로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모태로 알려진 가나안 농군학교 모델이다. ‘정신개혁’과 ‘농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이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필리핀과 미얀마다. 1991년 필리핀엔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다. 인근 지역은 모두 화산재로 뒤덮인 불모지가 됐다. 땅을 잃은 농민들은 움막을 짓고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는 1997년 불모지 중 하나인 ‘팜팡가’ 지역에서 개간 작업을 시작했다. 화산재가 두께 40㎝로 뒤덮인 잿빛 황무지에 왕겨와 퇴비를 트럭째 실어와 뿌리고, 지하수를 끌어왔다. 끝도 없을 것 같던 작업이 이어진 지 2년째, 화산재 사이로 푸른 새싹이 돋고, 지렁이 같은 미생물이 기어다녔다.
1999년 정식으로 문을 연 필리핀 농군학교엔 3만3500평 부지에 학교와 비닐하우스, 염소축사, 양돈축사, 자립농장까지 있다. 처음엔 닭도 훔쳐가던 이웃마을 사람들이 지금은 이곳에서 염소나 돼지를 키우는 법을 배우고, 퇴비 만드는 법을 배운다. 지난 10년간 이 학교를 거쳐 간 이들은 4200명이 넘는다.
미얀마에서도 희망이 싹튼다.
“미얀마는 낙후된 농업기술로 인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보고, 자신들도 한국처럼 잘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김기중 사무총장)
미얀마 농군학교에선 1년에 6~7차례씩 지역 지도자들을 직접 데려와 2개월 동안 숙식을 한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교육이다. 매일 새벽 4㎞ 조깅을 하고, 식사 시간 때마다 ‘먹기 위하여 일하지 말고 일하기 위하여 먹자’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자’ ‘음식 한 끼에 반드시 4시간씩 일하고 먹자’와 같은 식탁구호를 외친다. 김기중 사무총장은 “내가 변하면 내 가정이 변하고, 내 가정이 변하면 지역사회가 변하고, 지역사회가 변하면 공동체가 변한다는 의식개혁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농기계 교육, 양계 교육, 작물 재배 교육, 커피 재배 교육 등 각 지역에 맞게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농업 교육을 실시한다. 미얀마에선 토질이 좋지 않아, 작물 재배가 어렵다. 비료를 쓰거나 퇴비를 쓸 법도 하건만, 비료는 비싸서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퇴비는 만드는 방법을 잘 몰라서 활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축사의 돼지나 소, 닭 등에서 나오는 분뇨를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가축은행 프로젝트’를 통해 각 농가에 병아리나 돼지 등을 분양해주고, 이 가축을 키워 새끼를 낳아 주민 소득을 높이기도 한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고된 조깅, 강의, 노동의 연속이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우리 마을에도 농군학교를 세워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김 사무총장은 귀띔했다. 미얀마의 총리와 농림부 장관도 직접 농군학교를 방문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가나안농군운동세계본부는 현재 방글라데시, 필리핀, 미얀마, 중국 왕칭과 단둥, 인도네시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인도, 라오스 등 9개국에 10개의 농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농촌부흥과 근대화, 의식개혁운동을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까지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9년에는 포니정 재단이 주관하는 ‘포니정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희는 멋진 연예인 홍보대사도 없어요.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처가 난 부위에 당장 약을 발라주는 곳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구제란 생활기반을 일궈주는 것이죠.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 말입니다.”
※‘미래 미소(美小) 캠페인’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성, 비전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고 알찬 기관, 단체, 사업을 소개하는 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