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2017 아시아 CSR랭킹] 상·하위권 격차 더 커져… 하위랭킹 기업 이해 부족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아시아CSR 랭킹’, 한국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수준은 어느 정도 향상됐을까. ‘아시아 CSR 랭킹위원회’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Inno Global Institute) 등을 포함한 한국, 중국, 일본 및 아세안 5국의 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돼있으며, CSR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기준으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세 영역별로 12항목, 40세부항목, 139지표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2017아시아 CSR 랭킹’은 아시아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한국 50위, 중국 ·일본 40위, 아세안 20위) 중 아시아 타국에 자회사 하나라도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2016년 12월 10일 순위 기준).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IGI 대표)에게 ‘2017 아시아 CSR 랭킹’에서 나타난 한국 기업 CSR 지표 분석 결과를 물었다. ☞2017 아시아 CSR랭킹 결과 확인하기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IGI) 대표

-2017 한국 기업의 CSR 랭킹 결과를 도출하면서, 눈에 띄는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위권 기업과 하위권 기업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10위 권에 드는 상위 랭킹 기업들은 약점을 보완하며 지난해에 비해 모두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에 하위권(40~49위) 기업들의 절반이 작년 대비 순위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하위 랭킹 기업들은 CSR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스템이 아직 마련돼있지 않은 것을 보인다. 특히 순위와 점수를 따져보면, 지난해보다 CSR 지표는 향상됐으나 순위는 떨어진 기업들도 있다. 이는 해당 기업도 CSR을 잘 실행했지만, 다른 기업이 더 많이 CSR 지표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젠 CSR을 기업의 경쟁 우위로 고민해보는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위를 기록한 신한금융지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거버넌스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한국 기업이 거버넌스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 부분은 ‘CSR 커뮤니케이션’ 부분이다. 중국과 일본 기업 평가와 비교했을 때도 비슷했다. 한국 기업은 CEO나 CSR 담당 부서 수준에서만 CSR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다. CSR보고서는 원래 이해관계자와 공유하는 것이 목적인데 한국 기업은 이 부분이 약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주주나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CSR 정보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았다. 많은 한국 기업이 못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상승 폭이 컸다. ‘공정운영 관행’에서도 정책과 시스템이 잘 설계돼있었다.”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KT&G도 작년에 비해 순위가 많이 향상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재 산업군에 속하는데, 2차 협력업체와 관계가 잘 정리돼 있었다. 2015년부터 협력사와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더라. 소위 말하는 갑질이 아니라 동반성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CJ제일제당과 KT&G는 2016년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 점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우리만 잘하면 되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 소비자가 믿지 못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은 CSR에서는 의미가 없다. 기업은 CSR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다. 잠재적인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를 고려하면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왜 한국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주목해야 하는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이 최근 6년간 30% 증가하였고, 기업 파산도 6년 만에 3배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양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 여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적, 사회적 문제 때문에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발전’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재평가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은 CSR을 주요 경영 전략으로 생각해야한다.”

-각 기업에서 CSR랭킹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단순히 우리 회사의 ‘순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현재 우리 회사의 CSR 현황을 파악하고 결과를 이해관계자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회사의 CSR 활동을 과거와 비교하고, 경쟁사와 비교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 회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CSR 전략 개선 및 수정 방안을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CSR 랭킹’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한국에도 CSR 평가가 상당히 많다. 몇몇 신문사에서는 연말이면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CSR을 잘하는 기업을 선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전문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평가 지표에 대해 공개하지도 않는다. 아시아 CSR 랭킹의 가장 큰 차별점은 ISO 26000에 근거해 139가지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훨씬 더 객관적이며, 동일한 지표를 매년 사용하다보니까 평가자의 주관에 좌우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아세안 기업들과 비교한 분석 결과도 발표하기 때문에 동종 해외 경쟁사와도 비교가 가능하다(해당 내용은 2018년 1월 발간 예정인 ‘Better Future+CSR 트렌드 리포트 vol.2’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배구조, 인권 등 개별 지표에 특화된 평가도 있지만, 아시아 CSR 랭킹에서는 E(환경)·S(사회)·G(거버넌스)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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