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기업 자원봉사 A-Z] ③ 자원봉사로 범죄 예방까지, 마을로 간 기업

협력형 자원봉사로 서초구 안전 지켜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원 곳곳을 둘러봤다. 페인트가 벗겨진 운동기구의 사진을 찍고 모래놀이터 성분을 조사했다. 비상벨을 눌러보고 가로등 불빛도 점검한다. 공원 구석구석을 살피는 모습이 일반 나들이객으론 보이지 않는다. 경찰, 구청 직원, 동 주민센터 직원, 삼성물산 임직원, 지역 주민,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직원 등 모임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셉티드(CPTED) 자원봉사를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 서초구에서 안전성 취약으로 레드(Red) 등급을 받은 공원의 범죄 예방을 위해 2014년부터 10월부터 환경설계, 건축,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비상벨 옆에 안내판을 만들어 세우고, 공원에 설치된 지압판엔 건강 발자국을 새겼다. 칙칙하고 어두운 공원 외벽을 밝은 색상으로 덧칠하거나 공원 나무에 수목 명찰을 달았다. 공원의 환경 및 특성을 살린 테마공원이 하나 둘 완성됐다.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거나, ‘이젠 안심하고 올 수 있겠다’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원봉사로 사회문제 해결한다

상성물산 임직원들이 서초구 공원 안전 지수를 높이는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서초구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봉사를 고민하던 삼성물산과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지역 안전 지수를 높이는 셉티드를 떠올렸다. 서초구에는 130개 이상의 다양한 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그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레드(Red) 등급의 공원을 중심으로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 실제로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보도돼 이슈가 된 바 있었다. 이에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서초구청 공원녹지과와 경찰서에서 조사한 서초구 공원의 안전점검표를 기준으로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공원을 선별하고, 서초동 주민센터에선 주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민관이 함께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일회성 자원봉사와는 달리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사전 점검과 준비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임직원과 자원봉사센터, 서초구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프로젝트 리더들은 최소 2주 전부터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전 답사를 다녀온 뒤 자원봉사를 기획 및 진행했다. 삼성물산 사회공헌 담당자는 “안전한 공원이 되려면 어떤 것부터 우선돼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했고, 실제로 함께 사전답사를 나가보면 어떤 곳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감이 잡히더라”면서 “주민들이 공원을 즐겁고 밝은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공원 자체를 놀이테마 형태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관련 아이디어를 모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바닥에 숫자를 새겨서 ‘땅 따먹기’를 하는 ‘사방치기’ 놀이판을 그리거나, 지압판 위에 발바닥 모양 그림을 그려서 위치를 알려주거나, 낡은 봉에 밝은색상을 덧입혀주는 등 작은 손길에도 공원 곳곳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자원봉사는 공원 특성에 따라 총 3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위험 지수가 높은 공원의 경우 ‘안전’을우선 테마로 선정했다. 비상벨 위치를 알리는 팻말 제작, 칙칙하고 어두운 공원 외벽 도색, 공원 입구 주차 방지 볼라드, 야광띠를 만드는 등 ‘안전’ 지수를 높였다. 어린이 공원에선 ‘놀이’테마 자원봉사를 접목해 공원에 사는 곤충 및 식물을 그리거나 수목 명찰을 만들었고, 근린공원에선 건강 발자국〮 명상 벤치 꾸미기〮 지압판 보완하기〮 운동기구 보수 활동 등 산책로 형성과 힐링 공간 조성을 주제로 자원봉사 일감을 진행했다.

공공미술 전문가들도 힘을 보탰다. 벽화나 가드닝의 경우 해당 토양엔 어떤 식물이 적합한지, 햇볕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 등 전문가들과 협업해 공원을 조성했다. 모든 선택 속엔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했다.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전답사를 가서 우리 공원에 꼭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점검해주고, 주민설명회를 통해서 벽화 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렵했다”면서 “특히 동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 당일에 관련 장비를 지원해주고 지역주민설명회를 개최할 때도 역할을 분담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비영리단체, 공공기관,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모델인 셈이다.

◇지역 주민도, 임직원도 만족도 높여

“내 아이가 노는 공원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모래 놀이터를 소독했어요.”

공원을 찾은 삼성물산 임직원들 역시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았다. 어린이공원 모래놀이터를 화학약품이 아닌 천일염을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안전하게 소독하는 자원봉사를 진행한 임직원들은 “평소 자녀와 공원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렇게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하는데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공원 테마에 따라 요일을 정해 임직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자원봉사 신청을 받았다. 각 사업마다 한 번에 약 25명씩 참여 인원인데, 40~50명씩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범죄예방을 위한 비상벨 위치를 안내하는 팻말을 세웠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지역 주민들과 현장에서 만나면서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공원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감사인사를 전하거나 함께 도왔던 것. 실제로 임직원들은 봉사 직후에 공원이 어떻게 달라졌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안내 전단지도 돌렸다. 삼성물산 사회공헌 담당자는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직원들이 대다수였다”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피드백에 힘이 났다”고 전했다.

이렇게 1년간 총 120명의 임직원이 참여, 서초구 공원 4곳을 변화시켰다. 공원의 조형물 중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던 벤치와 놀이기구들을 밝은 색으로 도색하고, 비상벨의 위치를 알리는 팻말을 제작하는 등 누구나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애정을 담은 것.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삼성물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셉티드란 개념과 실제 사례가 지역에 공유되면서 안전 관련 활동들이 많아졌고, 지역주민들의 인식도 높아졌다”면서 “최근 공원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들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자원봉사센터에 협업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기업 자원봉사 파트너십, 이렇게 해보세요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의 TIP

Q1. 어떻게 기업과 연계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나요?

서초구에는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생활시설과 밀접하게 위치해있어서,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들이 참여할만한 사회복지시설, NGO 등 수요처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죠. 이에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지역의 욕구를 바탕으로 자원봉사 프로젝트리더와 함께 테마공원 조성하기 프로그램을 기업에 맞게 기획하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지역기반 자원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기업에 제안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도 기업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센터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프로젝트리더, 서초구 경찰서, 서초구청과 사전 논의를 하는 과정에도 기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실제로 지역 프로그램에 참여 경험이 있는 기업의 경우 각 파트너의 역할 분담에 이해가 빨랐고, 지역 이슈 해결형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욕구가 커서 먼저 제안해오기도 했습니다. 삼성물산이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현재 ‘테마공원 조성하기’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두산중공업, 현대제철, 무라타전자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기업 자원봉사 연계 정보는 어떻게 수집했나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기본적으로 관내 기업의 DB를 바탕으로 활동 내용을 지속적으로 소개했어요. 신규 기업 상담시 테마공원 조성하기 활동에 욕구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당 자료를 공유하면서 사업을 연계했습니다. 특히 기업 담당자, 수요처 담당자가 자원봉사와 관련된 일감을 교류할 수 있는 장(場)인 ‘기업 자원봉사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해 참여 기업들의 활동 분야와 욕구를 파악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 분야에 대해 지역사회 일감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기를 희망했어요. 초기 기업 자원봉사 네트워킹 파티에서 기업의 한 담당자가 테마공원 조성하기 사례를 공유하면서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지자, 담당자가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의 빠른 이해를 돕고,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 관심 분야를 파악하는 등 사전 상담도 충분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에 대해 세부 논의가 진행될 경우, 상세한 활동 안내문을 제공해 프로그램 목적, 목표, 기대효과를 공유하고 기업의 역할분담에 대해 명확히 공유합니다.

Q3. 기업의 특성을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했나요? 기업과 센터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테마공원 조성하기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지역기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업이 해당 활동과 관련된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는 반드시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임직원의 관심사와 특성에 따라 일감을 계획하고 활동을 배치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자원봉사를 진행하기 전엔 ‘이슈와 공감’이라는 과정을 통해 해당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사회이슈, 문제에 대해 봉사자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합니다. 센터 사업 담당자가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리더들이 직접 기업 봉사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함으로써, 프로젝트리더들의 리더십도 높이고 기업 임직원들의 관심도도 높였죠. 센터에선 당일 활동 인원, 예산, 진행시간 등 일감의 세부 내용에 대해 기업과 사전에 논의합니다. 이때 활동 효율성을 고려해 이해관계자와의 사전협의 및 의견조정은 자원봉사센터가, 봉사자 모집 및 일감에 대한 사전안내는 기업이 담당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에 많은 인원이 활동할 수 있는 벽화와 같은 일감을 원하지만, 센터 입장에선 공원의 특성에 맞는 일감과 적정 인원을 고려하다보니 이에 대한 협의가 가장 오래 걸립니다. 또한 공원에 꼭 필요한 일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입 가능한 자원(예산, 인원, 활동시간)이 부족해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먼저 파악하고 그만큼 투여할 수 있는 기업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공원에 꼭 필요한 활동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4. 기업 혼자 자원봉사를 하는 것과 지역센터와 협업을 하는 것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기업이 지역에 어떤 니즈가 있는지 구석구석 알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역 니즈에 꼭 맞는 자원봉사를 기획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죠.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의 경우 구청, 경찰서 등과 연계해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니즈를 잘 전달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원과 임직원 만족도까지 고려해 어떤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역제안도 해주셨습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다보니 잡음이 없었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야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방향성 없이 무조건 해보자고 하기보단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죠.

Q5. 향후 프로그램 실행 과정에서 보완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공원을 조성하고 나면 사후관리가 쟁점입니다. 월 1회 정도라도 공원을 들여다보고 관리를 하면 좋겠지만, 그 부분까지 기업이 책임지는 것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주민센터나 지역주민들을 이러한 역할에 동참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테마공원 조성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공원을 방문해 지속적으로 관리 및 조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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