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나눔·아동권리·부모되기… ‘진짜 공부’ 배우다

세계시민교육 시리즈 돌아보며…

지난주 혜민 스님의 ‘젊은 날의 깨달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미국 버클리·하버드·프린스턴대 등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 최초의 한국인 스님 교수가 된 그분의 삶이 담담하게 실려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눈길을 끈 대목은 “사실 중요한 것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안 했고가 아니라 졸업 후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하버드에만 들어가면 성공하는 줄 알고 그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미상_사진_세계시민교육_아동권리교육참여아이들_2011지난 몇 달간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함께 ‘세계시민교육’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등학교에 들어간 저는,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아 보거나 토론을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어떻게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 하는 건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어떤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지도 배워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계시민교육’ 시리즈가 더욱 의미 깊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했던 ‘진짜 공부’는 바로 이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권리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이해하고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지구촌의 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자녀들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동권리교육’ ‘나눔교육’ ‘부모교육’의 3종 세트로 이뤄진 ‘세계시민교육’은 격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꼭 배워야 할 진짜 공부입니다.

돌아보니 ‘세계시민교육’ 시리즈를 진행하며 안타까운 현장도, 기쁜 만남도 많았습니다.

미상_그래픽_세계시민교육_정리_2011‘아동권리교육’ 시리즈를 진행하면서는 숱한 아동학대 현장에 분노했습니다. UN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매년 9000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신고됩니다. 이 중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0%를 넘습니다. 부모들의 절반 이상이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잘 몰라서, 혹은 본인의 스트레스를 제어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푸는 바람에 학대를 저지릅니다. 아이들이 학대나 방임, 성학대 등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권리 교육을 실시하고, 혹 위험상황에 놓인 아이들은 없는지 지켜보고 신고하는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나눔교육’ 시리즈를 진행하면서는, 지면에 나온 대로 실천하니 가족 관계가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용돈의 일부를 모아 기부하고 자원 봉사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아빠, 엄마와의 대화가 늘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가족 모두가 조금씩 돈을 모아 한 아이를 후원하다 보니, 돈 버는 가치를 깨닫게 됐다는 부모님들도 많았습니다. 학교로 찾아가는 나눔 교육은, 교장 선생님들께서 서로 신청하셔서 굿네이버스 전화가 불이 났다고 하네요.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저도 크게 배운 것은, 부모 되는데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모 교육’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부모의 생각이나 판단을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부모가 행복한 자녀를 키운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훌륭한 세계시민, 행복한 미래 리더가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삶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길러주면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동권리교육, 나눔교육, 부모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나은미래’를 선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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