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하트하트 신입 오케스트라 오디션
9명의 도전자 무대 올라… “열정·가능성 가장 중요해”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 한 명이 무대 위로 성큼성큼 올라왔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정면을 향해 꾸벅 머리를 숙인다. 어리숙하게 트럼펫을 쥔 모습도, 불안함에 흔들리던 눈빛도,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장애와 편견을 뛰어넘는 맑고 깊은 울림이 강당 전체에 퍼져 나갔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송파구 여성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발달장애 청소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2012년 신입단원 오디션이 열렸다. 총 9명의 응시자가 무대에 올라 준비해 온 곡을 연주했고, 심사위원들의 간단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이름과 나이, 평소 연습 시간과 연주한 곡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트하트 재단 장진아 국장이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음악성과 사회성 전반을 평가합니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작은 사회예요. 주위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와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하죠.아무리 연주를 잘한다 해도 소통이 불가능하면 오케스트라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군요.”
살펴보니, 9명의 지원자 중 상당수가 오디션에 재응시하는 이들이었다. 태영(21)씨도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태영(21)씨는 어릴 때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트럼펫을 만나고,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타인과 대화가 어렵고 악보도 전혀 보지 못하지만 아무리 길고 난해한 곡도 금방 외워버릴 정도로 음감이 뛰어나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태영씨가 음악을 공부한 지 3년 만에 백석예술대학에 입학해, 자기만의 음색을 찾게 된 비결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문을 두드렸다.
태영씨의 어머니 백영희(49)씨는 “이미 태영이 대학교 선배 중 3명이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악적 역량은 물론이고 사회성이 엄청나게 향상됐다고 들었다. 태영이도 정말 많이 연습하고 준비했다. 꼭 붙었으면 좋겠다”면서 연주를 마치고 내려온 아들의 손을 꼬옥 잡았다.
오디션이 끝난 뒤, 박성호 지휘자와 음악지도자 선생님들 그리고 하트하트 재단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리듬감, 음정, 음악성, 사회성 등 지원자 한 명 한 명의 재능과 특성을 꼼꼼히 체크했다. 탈락한 지원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다음번 응시까지 보완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 부모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트하트재단 김희은 과장은 “많은 분들이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단원을 선발할 때 ‘가능성’과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귀띔했다. 또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자마자 당장 변화가 생길 거라고 기대하면 부모와 자녀 모두 금방 지치고 만다. 한 박자씩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