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경계’에 서 있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제 5회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26일(금)부터 30일(화)까지 5일간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환대의 시작’.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가야 하는 물리적 의미의 ‘디아스포라’를 포함,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 안에서 외곽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등 떠밀리고 차별 받는 모든 소수자 에게 ‘환대와 연대를 보내는 마음’에서 붙여진 주제다. 전 세계 33개국에서 초청된 50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난민과 여성을 다루는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한국에 체류중인 아시아 이주민을 위한 ‘아시아 나우: 베트남’, 한국 문단 대표 작가의 해석이 뒤따르는 ‘디아스포라의 눈’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된다.
올해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 주목한 두 가지 이슈는 ‘난민’과 ‘여성’. 이혁상 감독(디아스포라 영화제 프로그래머)은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여성 혐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차별 받고 있는 ‘여성’에게 ‘이주, 성매매, 노동자, 탈북’등의 정체성이 덧붙여지면 혐오가 더 강력해지는 한국의 상황을 보며 혐오와 차별을 짚어보기 위해 ‘여성’이라는 주제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영화제에서는 ‘사라지는 여성들: 이주/노동/여성’이라는 주제로 손희정 문학평론가와 초청 감독간의 대담도 준비되어 있으며, 그 밖에도 ‘난민과 이주민’을 주제로 팔레스타인 인권변호사 라지슬라니와의 특별 대담,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이희영 대구대 교수, 김애령 이화여대 교수, 정혜실 MWTV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등이 참석하는, 두 차례에 걸친 포럼도 이어진다.
이번 5회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개막작은 김정은 감독의 ‘야간근무’. 인천의 공단에서 함께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의 린과 한국인 연희의 만남과 우정을 통해, 이 시대 청년 여성 노동자의 여정을 담은 단편영화다. 폐막작인 김정근 감독의 ‘노웨어 맨’에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파키스탄 난민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다.
50편의 영화 중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이혁상 감독(디아스포라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직접 5편의 영화를 추천했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 ‘환대의 시작’을 풀어낸,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5편이다. 모든 영화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입장권은 선착순으로 당일 발권한다. 상세 상영시간은 디아스포라영화제 홈페이지(http://diaff.org/20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니슬라브 흐리스토브 | 2016 | 80분 | 다큐멘터리 |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 난민: 환대와 연대 부문
이혁상 프로그래머가 ‘환대와 연대’라는 키워드에 “가장 잘 맞다”며 추천한 작품. 허술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터키와 인접한 불가리아의 작은 마을 ‘골리암데르벤트’가 영화의 무대다. 한때 ‘위대한 관문’이라 불렸던 마을엔 노인 30여 명만이 남았다. ‘마을을 되살리겠다’며 시장 선거에 출마한 집배원 이반은 시리아 난민들을 마을에 정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사람이 살아야 마을이 살아날 수 있다’는 공약을 두고 마을은 찬반 논쟁에 휩싸인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과연 이반의 환대는 연대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엘리나 히르보넨 | 2017 | 90분 | 다큐멘터리 |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 난민: 환대와 연대 부문
사회 정의와 인류애를 중시한다고 알려진 ‘핀란드’. 그러나, 이곳에서도 유럽 전역을 휩쓴 난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난민 이슈를 두고 양극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갈등 중인 핀란드 사회를 응시하며 논쟁의 방향을 균형 있게 담아낸다. 논쟁은 가끔 충돌로 이어지지만, 지난한 토론의 과정을 통해 ‘난민과 공존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든다.
데이비드 보렌스타인 | 2016 | 73분 | 다큐멘터리 |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 사라지는 여자들: 이주/노동/여성 부문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폭발적 개발로 이어지고, 도시 변두리까지 호화로운 마천루가 들어선다. 투자자와 입주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부동산 업자들은 외국인을 고용해 마네킹처럼 그들을 전시한다. 중국 내륙 시골 마을 출신 24살 야나는 충칭으로 상경해 외국인 모델 에이전시 사업에 뛰어든다. 감독은 야나의 옆에서 7년간 이 사업을 기록한다. ‘차이나 드림’을 상징하는 것 같지만 휴머니티가 없는 드높은 마천루. 그리고 이 그 가운데서 좌절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라울 펙 | 2017 | 95분 | 다큐멘터리 | 디아스포라 월드와이드 부문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가에 대한 미완성작 ‘리멤버 디스 하우스’. 여기에 영화적 생명을 불어 넣어 다큐멘터리 ‘아임 낫 유어 니그로’가 완성됐다. 백인 중심의 역사 속에서 왜곡되어 온 흑인의 이미지를 폭로한다. 1960년대 민권운동을 회상케 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 여기의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배우 사무엘 L 잭슨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작.
현우민 | 2015 | 65분 | 픽션 | 코리안 디아스포라 부문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여객선 오하마나. 할머니의 고향을 향하는 재일한국인 3세 극작가 토모와 오랜 유학 후 한국에 도착했지만 답답함을 느끼는 한국인 유미가 이곳에서 만난다. 자신들의 근원인 한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이방인인 그들의 만남. 감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우는 방식으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재일한국인 3세인 현우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자 제주도 해녀였던 할머니를 향한 헌사다.
손성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