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Cover story] 아프리카 모잠비크 교육 현장

“배우고 싶어요!” “배우고 싶어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은 중국인이었다. 작업복을 걸친 비슷한 생김새의 남자가 걸어오더니 “니하오”라고 말을 건넸다. 아프리카 취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가자, 중국 사람을 곳곳에서 만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이들 역시 중국이 모잠비크를 위해 지어주는 경기장 공사를 위해 온 사람들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자원 외교를 생각하며 복잡한 마음들이 오갔다.

모잠비크는 탄자니아,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와 인접한 국가다. 500여 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했다. 끝없는 내전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전체 인구의 38%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산다. ‘숫자로 보는’ 모잠비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아이들은 건물의 반 정도가 뻥 뚫린 폐허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먼지 나는 바닥도, 여럿이서 함께 보는 교과서도, 비바람이 들이치는 교실도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에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웃음이 모잠비크의 미래로 보였다.
아이들은 건물의 반 정도가 뻥 뚫린 폐허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먼지 나는 바닥도, 여럿이서 함께 보는 교과서도, 비바람이 들이치는 교실도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에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웃음이 모잠비크의 미래로 보였다.

하지만 수도 마푸토의 모습은 달랐다. 우리가 막 경제성장을 하기 시작했던 1970~1980년대처럼 도시 곳곳에서 건설 붐이 일고 있었다. 2800km의 긴 해안선을 지니고 있는 모잠비크의 가능성을 보고 달려온 서구 기업들과 외국 공관들로 러시를 이뤘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고급 주택이 들어서고, 쇼핑몰과 호텔 등의 공사도 줄을 잇고 있었다. 최근 정치적 안정이 이어지며 자원과 시장을 보고 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 주변에는 위성 도시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었다. 농촌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많은 인구가 도시의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려드는 인구 대비, 아이들을 가르칠 학교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잠비크는 7~14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교가 없으니 정부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도심에서 불과 1시간 여 떨어진 마니싸 군(郡)을 찾았다. 커다란 공터에 망고나무 몇 그루와 갈대로 주위를 두른 공간이 전부였다. 비바람을 피해 커다란 나무 밑에 사방을 막아 지은 콘들라네 ‘갈대 학교’다.

큰 나무 주변에 갈대 울타리로 만든 '갈대학교'
큰 나무 주변에 갈대 울타리로 만든 ‘갈대학교’

오후 2시, 지붕도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바닥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몸을 맞대고 시험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끝” 시험 종료를 알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아이들은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책과 노트를 몸으로 감쌌다. 찢어진 비닐봉지, 헌 수건을 꿰매 만든 보자기가 책가방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1학년부터 5학년까지 315명 정도다. 학교 규모에 비해 아이들 숫자가 많아 오전, 오후반 이부제 수업을 한다. 그나마 이곳에 다닐 수 있는 아이들은 다행이다. 공간이 좁아 이 근방 마을 아이들 중 40% 정도만 학교에 다닌다. 학년이 높은 6~7학년 아이들은 이곳에서 4km 떨어진 다른 학교를 다녀야 한다.

소니아(9)는 “공부하고 싶지만, 소도 몰아야 하고 집안일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샤(11)는 “책이 없어 두 명이서 한 교과서로 공부한다”며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미상_그래픽_교육_모잠비크지도_2011마푸뚜 지역으로 이동하는 중, 허물어져 가는 건물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폐허 같은 공간을 교실 3개로 쪼개, 690명이 3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두르 교장은 “교사 10명이 전체 13개 반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아이들을 다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을 또 살펴보고 싶어, 기아대책이 어머니 문맹교실과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고바 지역을 찾았다. 이곳은 스와질랜드 국경과 인접한 작은 마을이다. 학교 갈 시간에 아이들은 집 앞에 나와 마당을 쓸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4칸짜리 작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중학교는 이곳에서 무려 50km 떨어진 곳에 있어 진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다. 류지만 기아봉사단원은 “모잠비크의 초등 진학률은 60~70%인데, 이 중 졸업자는 1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등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은 3%에 불과해서, 성장하는 모잠비크를 이끌어갈 리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이 최소한의 초등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은 이처럼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2008년 기준 초등학교 미등록 아동은 6900만명으로, 이들 중 절반(3100만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산다. 교육 대상 아동 4명 중 1명이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UN 2010 MDGs 보고서) 특히 농촌지역 아동은 도심지역 아동보다 2배 높은 미등록률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아프리카의 자원을 보고 외국 투자는 쏟아지고 있지만, 교육 없는 이 아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상범 기아봉사단원은 “모잠비크 사람들도 중국이 지어주는 도로와 경기장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우리의 나눔은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재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우정이 싹틀 때, 진짜 외교가 시작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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