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②] 미세먼지, 국내 원인도 50%…캠페인으로 정부를 움직이는 NGO ‘그린피스’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②] 

 

미세먼지, 국내 원인도 50% 

중국 공장, 동쪽 연안으로 이동했다는 건 ‘루머’ 

시민의 목소리가 정부를 움직인다 

 

2013년,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전쟁을 선포했다.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석탄 발전소의 문을 닫겠다는 것. 2년 뒤,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30% 줄었고, 초미세먼지는 6% 개선됐다. 지난해엔 향후 3년간 신규 석탄 광산을 허가하지 않겠다고도 발표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변화 뒤엔 한 국제환경단체가 있었다. 2008년 중국 내 대기오염 문제를 처음으로 지적하고, 중국 내 단체들이 대기오염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만든 NGO, ‘그린피스(Greenpeace)다. 그린피스 베이징 사무소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및 경제적 피해를 추산하는 보고서를 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질 개선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10월엔, 강력한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만리장성에 레이저를 투사한 것. 

석탄 그만, 파란 하늘을 돌려달라 (Quit Coal, Embrace Blue Sky)

중국 정부를 향해 석탄 사용을 줄여 대기질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중국 현지 NGO들도 대기오염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은 베이징 일대 석탄발전소 4곳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중국 전역에 103개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한다는 계획도 전면 철회했다. 

그린피스의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초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 할 수 있는게 없다’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3년째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세먼지, 중국과 ‘담판 짓기’ 외에 우리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은 없을까.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기후에너지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손민우(30) 캠페이너와 김혜린(31)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단호하게 “아니”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 중으로 초미세먼지를 팡팡 뿜어내고 있을 석탄 발전소, 그것부터 줄이지 않고서는 깨끗한 공기는 어림도 없단다. 둘은 2015년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 시작부터 이 문제를 다뤄온 현장 전문가. 손 캠페이너는 서울환경연합을 거쳐 그린피스에서 공력을 쌓아가고 있는 환경분야 ‘현장통’이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 내내, 둘은 온갖 수치들을 줄줄 꿰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가 제일 바쁘다”는 둘에게 ‘우리 안의 미세먼지’, 풀어내야 할 과제를 들었다. 

그린피스
왼쪽부터 김혜린(31)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손민우(30) 기후에너지분야 캠페이너 ⓒ주선영 기자

 ◇미세먼지=중국 발? 석탄화력발전, 우리 안의 ‘미세먼지’

ㅡ미세먼지와 관련해서 그린피스에서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제기해 온 것으로 안다. 이유가 무엇인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그런데 ‘미세먼지=중국발’로 인식되면서 국내 원인은 상대적으로 경시됐다. 환경부에서 2013년과 2016년에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국외 영향이 평균 30~50%,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60~80%까지 올라간다. 뒤집어 얘기하면 연평균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거다. 중국에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국내 원인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는 초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ㅡ한국에서의 활동에 앞서 중국에서 진행한 ‘석탄사용 줄이기’ 캠페인은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나. 

“중국은 탈(脫)석탄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올해 3월에는 베이징 일대 석탄발전소 4곳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중국 전역에 103개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한다는 계획도 전면 철회했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현재 전 세계에서 ‘재생가능에너지’에 가장 큰 돈을 투자하는 나라가 중국이란 점이다. 연간 3600억 달러(약 406조8000억원) 수준으로, 2위인 미국 보다 2배가 넘는다.”

ㅡ중국에서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공해물질 배출하는 공장을 동쪽 연안으로 이전했고, 그게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온다는 루머도 돈다.

“이맘 때가 되면 늘 나오는 루머다. 사실이 아니다. 주요 도시에 대기오염 규제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낮은 곳으로 여러 공장들이 이주했다. 그러나 이주한 공장 대부분이 대기오염 규제가 허술한 서쪽 내륙지방으로 갔다. 지난해 그린피스 베이징 사무소에서도 중국 내 대기오염이 서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쪽 연안가로 이전해 한국에 ‘미세먼지로 보복한다’는 악성루머는 시민들의 높아진 불안감을 반증하는 것 같다.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정부 책임이 크다.”

◇한국은 ‘석탄 중독’에 걸린 나라…OECD 1등

ㅡ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은 어떤가. 석탄화력발전소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한국은 석탄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생산하는 전체 전력량이 100이라면 그 중 석탄이 40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1.1%도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총 59개의 석탄 발전소가 있다. 현재 14개를 추가적으로 짓고 있고, 올해 말 까지는 총 65개의 화력발전소를 가동하게 된다. 근시일 내에 정부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2015년 정부가 발표한 7차 전략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29년에도 석탄 화력발전이 가장 비중이 높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고작 11%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석탄발전소 밀집도는 OECD 1위, 석탄 발전소 설비규모 증가율도 OECD 1위, 석탄 연소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증가율도 OECD 1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OECD 1위다. 남들은 없애는 데 우리만 역주행 중이다.”

ㅡ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초미세먼지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크기가 머리카락 지름의 20분의 1이다. 땀구멍으로도 들어오고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26 μg/m³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 연평균 10μg/m³의 2.6배쯤 된다. 초미세먼지가 이렇게 위험하고 농도가 짙은데도, 정부는 국내 석탄발전소는 고집하면서 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무책임하다.” 

그린피스
그린피스에서 연구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 ⓒ그린피스

2015년, 그린피스는 국내 처음으로 초미세먼지와 관련한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제기했다. 하버드대 대기화학 환경공학과 대니얼 제이콥(Daniel Jacob)교수와 함께 석탄 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연구해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사망한다는 것. 현재 계획된 석탄발전소를 모두 지으면 조기사망자는 2800명까지 늘어난다는 결론도 나왔다. 이후 국내 환경정책평가원(KEI)에서 낸 연구도 이를 뒷받침했다. 새롭게 짓는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매년 1144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를 낸 것. 

정부, 눈도 깜빡 안했다. 그린피스의 대정부 캠페인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난해엔 새롭게 지어지는 화력발전소로 인해 4만명 이상이 조기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살인면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피해‘도 내고, 시민들도 모은다. 지난달 3월 25일,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충남 당진에 모여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 석탄 그만!’을 외쳤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발전소가 이미 당진에서 운전 중임에도, SK가스의 ‘당진에코파워’ 신규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려 하기 때문. 전 세계 60여개국 3만여명의 시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브레이크 프리’ 캠페인에 참여했다. 당진 시위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없는 세상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번달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진에코파워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당진 시민들, 환경단체, 국회의원들도 나서서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자세다.

ㅡ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 관련,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석탄과 관련해서는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하나, 30년 이상 된 노후한 화력발전소를 2025년까지 폐쇄하겠다. 둘, 20년 이상 운영한 화력발전소는 환경 설비를 대폭 강화하고 엄격한 배출 규제를 적용하겠다. 셋,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것 외에 더 이상 새롭게 짓지는 않겠다. 그런데 세 이야기 모두 실효성이 전혀 없다.”

ㅡ실효성이 없는 이유가 뭔가.

“노후한 화력발전소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수명도 이미 오래 돼서, 정부에서 말하는 2025년쯤이면 폐쇄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025년이면, 앞으로 10년은 더 돌리겠다는 거다. 초미세먼지에 10년은 더 시달리란 얘기다. 둘째로 석탄화력발전소가 20년 넘게 운전했으면, 환경 설비를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건강한 담배를 피세요’라고 말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기다. 또 향후에 신규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데, 현재 짓거나 계획 중인 것만해도 14개다. 생산하는 전력량으로 따지면 새롭게 짓는 석탄 발전소가 폐쇄되는 발전소에 비해 5배 크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대안은…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하고, 재생에너지로 나아가야

ㅡ초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규석탄발전소 건설부터 당장 중단하고 계획도 철회해야 한다. 동시에 노후 석탄 발전소도 폐쇄를 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천연가스 발전을 이용하면 된다. 석탄에 비해 저탄소∙저오염원이다.”

ㅡ전력 부족으로 석탄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이들도 있다.

“현재 한국은 발전소가 포화상태다. 필요한 전기가 100이면 정부에서는 석탄과 원자력 발전부터 가동하는데, 이걸로 충분하다. 한여름, 한겨울 같이 전력수요가 높아 충당이 안될 때에만 천연가스 발전소를 돌리는데, 지난해 천연가스 발전소 가동률이 40%대 미만이었다. 일년에 절반 이상은 논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석탄과 원자력을 줄여도 에너지를 채울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차차 재생가능 에너지로 단계를 밟아 전환해나가야 한다.”

ㅡ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IT기업들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운용한다고 선언한다. 금융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석탄 관련 사업이 3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독일계 보험회사인 알리안츠나 JP모건을 비롯한 700여개 투자기관도 석탄이나 화석연료 관련한 사업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공표했다. 그 금액이 5조 4600억불, 약 6000조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만 여전히 역행이다. 국민연금은 석탄 발전소 사업의 큰 투자자다. 국민의 돈이 다시 초미세먼지가 돼서 돌아온다. 한국은 전 세계 3번째로 해외 석탄산업에 가장 큰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WWF)에서는 한국의 해외 석탄산업 투자 때문에 약 10조원의 환경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보고서도 냈다.”

ㅡ당장 시민들은 뭘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조심해야 한다. 대기오염이나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건강에 치명적이다. 두 번째로는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또 국내에서는 초미세먼지 요인을 늘리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그런데도 신규 석탄 발전소를 승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끝으로 그린피스나 그 밖의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적극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strong>그린피스와 함께 미세먼지 없애는 방법</strong>
하나. 정부에 직접 요구하기

충남 당진 신규 석탄발전소 외에도 새로 건설을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6기가 더 있습니다. 전국 에너지시스템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인 ‘산업자원통상업부’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Step 1. 산업부 홈페이지 민원신청 (여기를 누르세요!)에 접속하세요.

Step 2. 본인 인증 후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라’는 민원을 넣어주세요. 민원 신청이 힘든 분은 산업부 전화, SNS 등을 통해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둘. 그린피스 캠페인 참여하기. 그린피스의 석탄발전소 줄이기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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