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④]미래에는 이런 패션 브랜드가 뜬다…유동주 케이오에이(KOA) 대표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이 주축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도를 내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고, 연간 실업자 수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2016 통계청).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출산 고령화, 공동체 붕괴, 소외계층 급증 등 新사회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미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 더나은미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셜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들을 만났다.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일자리를 만들어낸 8인의 소셜이노베이터를 소개한다.

개도국 돕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

 

[사회문제를 보면 일자리가 생긴다-④] 

미래에는 이런 패션 브랜드가 뜬다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인터뷰 

 

중국, 몽골, 방콕, 러시아···. 유동주(37)씨는 대학 졸업 후, 국제NGO, 코이카 개발협력 요원, UN 산하기구 등 국제 무대에서 7년 가량 활동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가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개도국 주민들은 가난했지만, 모두 ‘가치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검찰 출두 때 입었던 옷이 이태리 명품 ‘로로피아나’ 제품입니다. 2000만원짜리 옷이에요. 캐시미어 소재로 제작되는데, 원산지는 몽골입니다. 사람들은 이태리 브랜드라고 하면 높은 값을 쳐주지만, 몽골 브랜드라고 말하면 무시하죠. 심지어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원단이 100% 개발도상국에서 공수된다고 해도요. 에르메스, 루이비통 브랜드 가죽의 40%가 아프리카산인 거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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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 염소를 안고 있는 몽골 아이. ⓒ케이오에이

유씨는 개발도상국의 자원이 자립할 수 있는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국제개발현장 활동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의식이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차 기획실, 경영전략실에서 3년간 근무했지만 ‘개발도상국 비즈니스’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솔루션은 없을까. 대안을 고민하던 그는 2014년, 사표를 내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태리 명품 브랜드에서 은퇴한 시니어 디자이너가 공방을 만들어 아프리카 사람들과 가죽 가방을 만드는 현장을 방문했어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디자인 능력과 브랜딩, 그리고 판로 개척이었습니다. 좋은 원단과 명품 디자인을 결합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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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패션 디자인 회사 ‘케이오에이(KOA)’의 대표 유동주씨. ⓒ케이오에이

유씨는 2014년 10월, 지속가능한 패션 디자인 회사 ‘케이오에이(KOA)’를 창업했다. 먼저, 몽골 현지에서 공수한 캐시미어 원단에다 이태리 디자이너의 손길을 덧입혀 ‘르캐시미어’라는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 염소 한 마리로부터 1년간 얻어지는 캐시미어는 단 500g. 캐시미어 스웨터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염소 5~6마리의 털이 필요하다. 또한 캐시미어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형성된 몽골 염소의 이중 털 구조에서 빠지는 털을 빗질로 일일이 걷어내어 채취해야 한다. 캐시미어 브랜드가 값비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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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오에이의 르캐시미어 브랜드 카탈로그. 사진을 누르시면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케이오에이

성인용 캐시미어 브랜드로서는 여타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어려웠지만, 아동용 의류 분야에 있어서는 가능성이 보였다. 아동용 캐시미어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직 없었기 때문. 게다가 아동 의류는 성인  의류보다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줄이기에도 용이했다.  처음엔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후 르캐시미어의 브랜드와 제품의 질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오픈 한 달만에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입점 요청까지 받았다. 현재 ‘르캐시미어’ 브랜드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강남 신세계백화점,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해있다. 지난해에는 2015년에 비해 매출이 200%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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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입점한 르캐시미어 매장 모습. ⓒ케이오에이

유씨가 고안한 개발협력 비즈니스의 핵심은 ‘서브브랜드 전략’이다. 유씨는 1차적으로 해결한 판로 개척을 바탕으로, 캐시미어 목도리를 판매하는 2차 서브 브랜드 ‘르캐시미어 바이 블루 라벨’을 론칭했다. 서브브랜드는 몽골 생산자들이 원단 생산부터 디자인까지 오롯이 담당하는 브랜드로, 매출의 100%를 현지가 가져가는 구조다. 서브 브랜드의 매출과 회계를 별도로 구축 및 운영해 모든 이익은 현지 생산자에게 모두 돌아가도록 구조를 짠 것. 케이오에이(KOA)는 초기 디자인 교육과 마케팅과 브랜딩만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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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오에이의 에티크 브랜드로 출시된 친환경 휴대폰케이스. ⓒ케이오에이

“몽골에도 캐시미어 제품을 제조하는 외국 자본의 공장이 있지만, 이들은 현지인들에게 기술 이전이나 디자인 공유를 하지 않아요. 결국 단순 노동, 저임금에 머물러있는 거죠. 목도리는 디자인이 단순하잖아요. 직접 디자인도 해보고, 매출 변화를 스스로 느끼면서 ‘기업가 정신’이 길러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케이오에이의 또 다른 서브 브랜드는 ‘에티크(ETEAQ)’다. 인도네시아 폐목재를 공수해 휴대폰 케이스를 만든다. 에티크 제품에는 특정 번호가 각인돼있는데, 제품을 구매하면 번호와 동일한 나무 한그루가 심겨진다. 자체개발한 사이트에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구글어스 기반으로 나무의 실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씨는 “개발도상국의 경쟁력있는 원재료를 발굴해 현지인들이 만드는 브랜드들이 100개, 1000개까지 늘어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특별히 ‘서브브랜드’ 전략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

“개발협력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하면, 현재까지 대표적으로 2가지가 있다. 해외 파트너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서 유통·판매하되,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의 10%를 현지에 주겠다’고 계약을 맺는다. 공정무역도 이와 비슷하다. 두번째는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방식. 일명 ‘원포원’ 방식이다. 탐스슈즈가 대표적인 예다. 첫번째 방법은 사업 실패 및 매출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 사업하다 망하면 현지는 어떻게 되나? 매출 상황에 따라 수익도 들쑥날쑥해진다. 수혜자 입장에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두번째 원포원 방식은 탐스가 비판받는 것처럼 지역경제를 망가뜨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사업을 서로 잇는 것만으로 자립이 가능할까? 해외 생산자분들을 만나보면, 회계처리도 어렵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서브브랜드’이다. 서브브랜드를 해외 생산자 그룹이 직접 만들게 되면, 기업가 정신이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수익의 몇 퍼센트가 아니라, 매출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구조로 짰다.”

-케이오에이의 르캐시미어 브랜드를 보면 ‘사회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유가 있나?

“우리는 서브브랜드별로 브랜드 전략을 달리한다. 같은 회사라도 소비자군에 대한 브랜드 전략이 다를 수 있다. 소위 소셜 제품이라고 하면, 한국 시장에서 ‘품질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더라. 그래서 르캐시미어 브랜드는 ‘사회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품질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목도리 브랜드인 ‘르캐시미어 바이 블루라벨’은 몽골 생산자들이 온전히 오너십(ownership)을 가지고 있다. 몽골인 2명에게 재무회계나 관리 업무에 대한 교육도 완료했고, 이들은 현지에서 사회적기업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몽골 염소로부터 캐시미어를 채취하는 것에 대한 환경적 문제는 없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캐시미어도 추운 지역에 사는 염소들의 털이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을 손수 채취해야하는 재료다. 그런데, 몽골 지역의 염소는 방목을 하는데 이들이 풀뿌리를 먹는다. 무분별한 방목은 환경 파괴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자들과 약속을 한 것이 ‘휴지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A초지에서 방목을 했다면, 다음번에는 B초지로 옮겨서 방목하는 식이다.”

-브랜드를 론칭한지 한 달만에 백화점 입점을 어떻게 했나?

“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재고 관리’ 부분이다. 신발 사업이 어려운 것이 사이즈 문제로 재고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 의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르캐시미어는 아동용 르캐시미어 의류를 먼저 만들었다. 다른 명품 브랜드에는 성인용 캐시미어 의류는 있었지만, 아동용 의류는 없었다. 또, 아동용 의류는 사이즈도 다양하지 않아 재고 관리에도 용이했다. 제품들을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 올렸는데, 엄마들 입소문을 타게된 것. 수요가 있다보니, 먼저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보자고 연락이 왔다.” 

-케이오에이에서는 르캐시미어, 에티크 등 다양한 제품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제품별로 브랜딩 전략이 따로 있나?

“소셜벤처 제품들도 브랜드별로 마케팅 전략을 달리해야한다. 하나같이 사람들의 착한 마음에만 호소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르캐시미어 브랜드는 ‘알고 보니 착한 제품’이라는 전략을 가져간다. 대중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품질도 좋은데, 알고보니 이런 스토리가 담긴 제품이었어?’ 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다. 이런 제품들은 무엇보다 ‘품질’에 신경써야한다. 대놓고 착한 제품은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윤리적 소비, 친환경 소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한다. ‘나는 윤리적 제품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드러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한다. 에티크의 경우 제품별로 넘버링이 되어있는데, 이 제품을 구매할 경우, 같은 넘버링이 된 나무가 인도네시아에 심겨진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다. 3번째는 ‘지켜줘야하는 착한 제품’이다. 장애인분들이나 취약 계층이 만든 물품들은 우리 사회가 구매해줘야한다. 제품에 따라 마케팅, 캠페인, 브랜딩 모두 달라야한다.”

-케이오에이의 온라인쇼핑몰 썸띵크에이(somethink.A)에 들어가보면 시리즈A라는 섹션이 있다. 어떤 제품들을 판매하나? 

“사실 온라인 쇼핑몰로 돈 벌기 정말 어렵다. 대부분 쇼핑몰로 돈 버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천명, 수만명 있는 유명인들이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도 연 20억씩 적자를 낸다고 하더라. 수수료 베이스라서 입점 업체가 엄청나게 많지 않고서야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낸 이유라면, 소셜벤처들이 콜라보를 이루는 플랫폼이 필요하단 생각에서였다. 수수료 장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잘하는 지점에서 콜라보를 하자는 거다. 제품이 좋은 소셜벤처들을 찾아내고, 우리는 그 기업의 사진 촬영, 스토리텔링, 브랜딩을 맡아서 소개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인도의 야자수잎을 압착해서 만든 식기를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저절로 떨어지는 잎이라 친환경적이다. 압착기로 눌러서 그릇을 만드는데,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다. 보통 일회용 용기보다 견고한 편이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알려지지도 않은 제품이라, 우리가 브랜딩을 맡아서 진행했다. 대학교 MT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친환경 웨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T에서는 캠프파이어 때 연료로도 쓸 수 있어서 인기였다.”

-케이오에이는 어떤 회사로 알려지고 싶은가?

“명함에 보면 ‘임팩트 비즈니스 리더’라고 적혀있다(웃음). 사실 이건 너무 큰 이야기이고, 세상에 숨겨진 가치들을 잘 찾아내서 연결하고 싶다. 개발협력 비즈니스를 하면서 조심하는 것이 ‘우리가 그들의 행복을 혹시나 망치는 것은 아닌가’이다. 그들의 삶이 불행해서가 아니라, 행복의 다양성을 높이는 차원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가진 브랜딩 강점을 살려서, 소셜벤처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기업가들의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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