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기업 사회공헌이 위축된 것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민들의 ‘사회공헌 학습효과’가 더 정확한 이유일지 모른다.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칭송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A사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의 리스크를 사회공헌으로 무마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SNS를 통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이슈에 사후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스캔들로 2주 만에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진짜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건 결코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앞장서 거둬들인 800억 기부금은 지금까지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다. 만약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경련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서 “좋은 일 했다”는 홍보자료로 쓰였을 것이다. 한곳에선 이렇게 방만하지만, 정작 후원금이 필요한 비영리단체에선 사회공헌 기금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 이후 적어도 몇몇 기업에선 ‘사회적자본의 선순환’을 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비밀은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정직, 투명, 신뢰 등과 같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답이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