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5>
AI 수어 상담, 메타버스 금융 교육 등 기술 활용 다변화
21곳 중 11곳은 업무 자동화에 활용, 수혜자 맞춤 지원은 4곳
인공지능(AI)으로 수어를 인식해 청각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돕고, 스마트폰 앱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탑승을 지원한다. 청소년들은 AI로 식재료의 영양 데이터를 분석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저축과 투자를 체험한다.
국내 일부 기업공익재단들이 재원과 전문성에 정보기술(IT)·AI를 결합해 새로운 ‘테크 복지(Tech-Welfare)’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 기부나 물품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을 매개로 사회적 약자의 교육 기회를 넓히고 일상 속 물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다수 기업공익재단의 기술 활용은 아직 내부 업무 효율화에 집중돼 있어, 공익사업 현장으로의 확산은 과제로 남아 있다.
◇ 필담 대신 AI 수어 상담…교통·금융의 문턱 낮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을 통해 일상의 불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지난해부터 AI 수어 인식 기술을 적용한 청각장애인 금융서비스 ‘손소리(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금융 창구에서 직원과 의사소통할 때 주로 필담에 의존하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서비스다. 수어 안내와 양방향 문자 상담, AI 수어 인식 기능을 하나의 화면에서 제공해 고객이 수어와 문자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대전 지역 신협 영업점 1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재단은 청각장애인 고객 약 60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별도로 2개 복지관에서 청각장애인 약 130명을 대상으로 금융교육도 진행했다. 재단은 “단순 자금 지원과 달리 기술 기반 공익사업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서비스 확대 계획을 밝혔다.
SK행복나눔재단은 장애인의 이동권 개선을 위해 ‘세상파일 저상버스 탑승예약 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도착 정보를 확인하고 탑승을 미리 예약할 수 있도록 개발한 ‘위버스(WeBus)’ 앱이다.

이용자가 앱에서 버스를 예약하면 운전기사에게 탑승 정보가 전달돼 미리 승차 준비를 할 수 있다. 운전기사는 휠체어 탑승용 경사판을 설치하고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탑승 상황을 알린다. 앱은 하차 후 목적지로 이동할 때 필요한 휠체어 경로 정보도 제공한다.
재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전 연 13회 수준이었던 저상버스 탑승 횟수는 사업 후 약 900회로 늘었다. 이용자의 외부 활동 빈도도 주 3회에서 6회로 증가했다. 저상버스 이용 시 이동시간은 장애인 콜택시와 비교해 약 66%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서비스는 대전 전역과 세종 일부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다.
◇ AI로 요리법 개발, 메타버스에서 투자 체험…교육 격차도 줄인다
기술을 활용해 교육 기회를 넓히는 기업재단들도 있다. 기존 교육 프로그램에 AI와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을 접목해 청소년들이 새로운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CJ나눔재단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청소년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Girls Can Do IT’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레고 활용 코딩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수도권 지역아동센터 9곳의 여중생 30명이 참여해 AI로 건강한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해커톤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사전교육에서 데이터 분석과 챗GPT 활용법을 배운 뒤, 식재료별 영양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성형 AI로 요리법을 개발했다.

재단은 “디지털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소년들이 데이터 분석과 AI 프롬프트 작성 등을 직접 경험하며 기술 활용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협력을 통해 AI 교육에 활용하는 문화산업 분야를 넓히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은 발달장애 학생의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희망학교 SW교실’을 운영한다. 전문 강사가 전국 특수학교를 직접 방문해 코딩 로봇과 스마트블록 등 디지털 교구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학생들의 장애 특성과 학습 수준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단에 따르면 2018년 사업 시작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459개교, 학생 1만2421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금융교육에 메타버스를 접목한 사례도 있다. KB금융공익재단은 올해부터 기존 경제금융교육에 메타버스를 접목한 ‘KB스타디지털경제교실’을 도입했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가상공간에서 은행 저축과 펀드 투자, 물품 생산·거래 등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가상의 경제활동을 통해 돈의 흐름과 금융 의사결정을 배우고, 친구들과 협력해 공익 미션도 수행한다. 기존 강의와 보드게임 중심의 교육을 가상 경제활동 체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재단은 “메타버스 교육으로 학생들의 집중도가 향상되고 학습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내부 업무 자동화’ 활용이 다수

이처럼 기술을 공익사업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공익재단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21곳의 설문 답변을 분석한 결과, 11곳(52.4%)이 AI·신기술을 내부 업무 자동화와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사업 성과 데이터 분석과 관리 효율화에 활용한다는 응답은 7곳(33.3%)이었다.
반면 수혜자 발굴과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에 활용한다는 응답은 4곳(19.0%)에 그쳤다. 비영리 현장 단체의 디지털·AI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는 응답은 1곳(4.8%)이었으며, 5곳(23.8%)은 신기술 활용 계획이 없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조유현·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