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임팩트 투자 18조 엔 시대…“돈만 늘어선 사회문제 해결 못 한다”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7>
[인터뷰] 아오야기 미쓰아키 SIIF 전무이사
시장 확대 넘어 ‘시스템 체인지’로…아시아와 경험 공유·협력

“임팩트 투자로 분류되는 자금은 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사회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문제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어지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아오야기 미쓰아키(Aoyagi Mitsuaki)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Japan Social Innovation and Investment Foundation·SIIF) 전무이사는 임팩트 투자 규모가 커지는 것과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가 강조한 해법은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스템 체인지(Systems Change)’다. 일본에서 이런 실험을 넓히는 동시에, 비슷한 사회문제를 겪는 아시아 각국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임팩트 투자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2022년 ‘새로운 자본주의’ 기조 아래 스타트업과 임팩트 기업 육성을 강화했다. SIIF가 사무국을 맡은 GSG Impact JAPAN의 ‘2025년도 일본 임팩트 투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임팩트 투자 잔액은 18조6531억 엔(약 160조7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3514억 엔(약 11조6500억 원) 늘었다. 증가액의 약 65%는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상위 5개 기관에서 나왔다.

SIIF는 2017년 일본의 임팩트 투자 시장을 키우기 위해 출범했다. 전신은 일본재단이 2014년 내부에 만든 사회적투자추진실이다. 현재 기업과 펀드에 직접 투자하고 금융기관의 참여를 넓히는 한편, 투자 경험을 시장 조사와 가이드, 정책 논의로 이어가고 있다.

SIIF는 올해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와 함께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일본 고베에서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를 공동 개최했다. 아시아 각국의 임팩트 투자자와 재단, 기업, 사회혁신 조직 관계자 약 120명이 참석해 인구·기후·AI 전환 속 임팩트 자본의 역할과 시스템 변화, 지역재생 등을 논의했다.

<더나은미래>는 행사가 끝난 지난 18일 저녁 고베에서 아오야기 전무이사를 만나 일본 임팩트 투자 시장의 현재와 시스템 체인지로의 전환, 아시아 협력 가능성을 물었다. 일본재단에서 사회적 투자 업무를 맡아온 그는 SIIF 설립에 참여한 창립 멤버다.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아시아 각국의 임팩트 투자자와 재단, 기업, 사회혁신 조직 관계자들이 모여 임팩트 자본과 시스템 변화, 지역재생 등 공동의 과제를 논의하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일본 고베에서 열려 약 120명이 참석했다. /SIIF

―빠르게 성장한 일본 임팩트 투자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의 임팩트 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맞다. 다만 같은 ‘임팩트 투자’로 집계되더라도 투자자마다 임팩트를 얼마나 깊이 추구하는지는 다르다. 현재 시장 규모는 임팩트 의도와 KPI 설정, 측정·보고 같은 기준을 충족한 투자를 합산한 것이다. 하지만 기준을 충족하는 것과 사회문제를 얼마나 깊게 들여다보고 해결하려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고 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회문제의 해법을 가진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에서 임팩트 투자가 확대됐다. 일본은 그보다 늦게 시작했고, 해외 흐름을 본 대형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들어왔다. 많은 금융기관은 시장 논리상 수익을 먼저 보고 이후 사회적 중요성이나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재단은 장기적으로 보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우리 같은 기관은 사회적 필요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보고 그다음 수익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SIIF가 2022년 이후 ‘임팩트 이코노미(Impact Economy)’와 시스템 체인지를 주요 방향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투자 대상을 고르는 데 머물지 않고, 문제가 생기는 구조를 살피고 현장 조직과 함께 해법을 찾는 쪽으로 일을 넓혔다.

―왜 ‘시스템 체인지’로 방향을 넓혔나.

“이대로 가면 ‘임팩트 투자’의 정의에 해당하는 돈만 늘고 문제 해결로 향하는 돈은 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문제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어디에 자본과 활동을 투입해야 변화가 생기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만으로는 이론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실행하고 경험을 공유해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4년 전부터 시스템 체인지까지 해보자고 결정하고 현장에서 실험해왔다.”

―시스템 체인지 전략은 실제 투자와 업무 방식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현장을 보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투자처를 중심으로 봤다면, 지금은 투자처가 사업하는 현장까지 찾아간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그곳의 상황을 이해한 뒤 투자처와 함께 문제를 풀려고 한다.

동시에 필란트로피의 그랜트 같은 자금과 금융시장 사이를 잇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금융시장의 논리 자체를 크게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두 영역을 연결할 자금과 액셀러레이션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 사이가 아직 충분히 두껍지 않다.”

SIIF는 시스템 체인지의 주요 영역으로 ‘기회 격차(Opportunity Gap)’, ‘지역 활성화(Community Revitalization)’, ‘헬스케어(Healthcare)’, ‘해양(Ocean)’을 두고 있다. 해양은 최근 네 번째 영역으로 추가됐다.

―왜 이 영역들을 핵심 분야로 골랐나.

“헬스케어는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고 시장 수준의 수익을 내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다. 이 분야에서 시스템 체인지를 만들어낸다면 필란트로피와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실험을 하기 좋다고 봤다.

지역 활성화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많은 보조금이 들어갔지만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민간이 임팩트 자금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부가 돈을 쓰는 방식과 질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봤다.

기회 격차는 시장이 작동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수혜자가 어려운 상황에 있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재단이 먼저 도전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SIIF는 2024년 지방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다루는 나가노현 우에다시의 하타라크리에이트에 약 6000만엔을 투자했다. 하타라크리에이트는 육아 중인 여성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내 보육시설과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무 제도를 운영한다. /하타라크리에이트

대표적인 사례가 나가노현 우에다시에서 지방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다루는 ‘하타라크리에이트’ 투자다. 이 회사는 IT 역량 교육과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여성들이 지역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SIIF는 2024년 약 6000만 엔(약 5억2000만 원)을 출자한 뒤 우에다상공회의소와 함께 젠더 임금격차와 지역 기업의 고용 관행까지 문제의 범위를 넓혔다. 현재 유연근무와 다양한 인재 채용 등을 확산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아오야기 전무이사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지역 인구 감소를 비롯해 서로 닮은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도 지역재생과 시스템 변화, 서로 다른 성격의 자본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각 지역에서 쌓은 경험을 나누고 함께 풀 수 있는 과제를 찾는 자리였다.

―이번 ‘2026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의 논의를 실제 변화로 이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무엇보다 각자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SIIF나 D3가 모두를 끌고 가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이런 자리에서 드러내고 인정할 수 있다. 그 움직임에 새롭게 참여할 사람을 모으고, 다른 사람에게도 ‘우리도 해보자’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오야기 전무이사는 다시 시스템 체인지를 강조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 체인지에 대한 논의는 늘고 있지만 실제 실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일본 현장에서 이런 실천을 더 확대하고 싶다. 아시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곳이 있다면 정보와 경험을 나누며 협력하고 싶다.”

고베=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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