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차·밥차·금융…기후재난이 바꾸는 기업 CSR

가전 수리·급식·긴급대출 등 ‘본업 연계형’ 재난 대응

기록적인 폭우가 덮친 경남 거제·통영 지역에 기업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재난 때마다 수십억원 규모의 성금 기부가 기업 사회공헌의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성금 기부를 넘어 가전 수리, 무료급식, 금융지원 등 기업의 본업과 인프라를 활용한 현장 지원이 두드러진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남해안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거제에서는 한 시간에 124.5㎜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이후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고, 통영에서도 시간당 97.4㎜가 관측됐다.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거제·통영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쳐 20대 남성 1명이 숨졌으며, 소방당국은 침수와 고립 등으로 주민 136명을 구조했다. 집중호우 관련 119 신고는 1900건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각사의 본업과 연계해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9일부터 거제에 수해 복구 특별 서비스팀을 투입했다. 둔덕면사무소 인근에 이동형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침수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세척하고 무상 점검하고 있다. 서비스 엔지니어가 직접 피해 가구를 찾아가 제품을 살피기도 한다. 휴대전화 점검 장비를 갖춘 버스도 현장에 보냈다.

LG전자도 하루 앞선 18일부터 거제 고현동에 특별 서비스 거점을 마련했다. 거제와 통영의 침수 가전을 점검하고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자사 제품뿐 아니라 제조사와 관계없이 피해 가전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과 현장 지원을 묶었다. BNK금융그룹은 19일 임직원 100여 명을 거제 장평동과 고현동 침수 현장에 투입했다. 임직원들은 상가와 주택에 들어온 토사와 폐기물을 치우는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급식 차량도 현장에 배치했다.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 피해 주민과 복구 인력에게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민 보호시설에는 구호상자 200세트와 생활용품 100세트를 전달했다. 단전과 단수 피해를 입은 아파트에는 생수 700병 등을 지원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피해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총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현금 기부와 현장 지원을 함께 택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피해 복구 성금 2억 원을 전달했다. 동시에 피해 지역에는 ‘IBK 사랑의 밥차’를 보내 이재민 등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농협은 농업과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피해 지역에 양수기와 펌프 등 복구 장비를 투입하고 영농자재 공급과 방역, 침수 농기계 수리를 지원한다. 피해 농업인을 위한 금융지원도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신규 자금 공급과 우대금리, 기존 대출 상환 유예 등을 제공한다. 농협중앙회는 최대 5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도 투입하기로 했다.

카드사들도 재난 대응에 합류했다. BC·KB국민·신한·삼성·롯데·현대·NH농협·우리카드 등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결제대금 청구를 최장 6개월까지 미뤄주는 지원책을 내놨다. 일부 카드사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자를 최대 30% 감면한다. 연체료 감면이나 채권 추심 유예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가전 수리와 급식, 복구 인력 지원에 이어 금융 부담을 낮추는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지원은 피해 주민의 긴급구호와 일상 회복을 돕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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