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나눔, 코스피 30대 기업 사업장 분석…18만6678ha 생태적 민감지역 분포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업장이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사업장 안을 넘어 주변 생태계까지 고려한 관리와 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KOSPI)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삼성전자우 제외 29개사)의 사업장 인근 5㎞ 이내에는 총 18만6678.7ha 규모의 생태적 민감지역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로, 상당수 기업의 사업장이 보호지역과 중요생물다양성지역(KBA)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장 경계 내부에서 생태적 민감지역과의 중첩 면적이 가장 넓은 기업은 삼성물산(316.3ha)이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0.8ha), SK하이닉스(101.7ha), 현대모비스(62.9ha), LG화학(11.2ha)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외곽 5㎞ 영향권역 기준으로는 삼성물산(3만5813ha)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3만5230ha)가 가장 넓은 접점을 보였고, 현대모비스(3만3481ha), LG전자(2만5327ha)가 뒤를 이었다.
숲과나눔은 사업장 경계 내부의 생태적 민감지역 중첩 면적(633.5ha)보다 주변 영향권역의 중첩 면적이 약 295배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의 자연 관련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할 때 사업장 내부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보호지역이나 중요생물다양성지역과 인접한 기업은 사업장 경계 안의 관리에 머무르지 말고, 사업장과 연결된 주변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자연 전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민감지역 맞닿은 삼성물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응은 달랐다
삼성물산은 사업장 경계 내부와 영향권역 모두에서 생태적 민감지역과 가장 넓게 중첩된 기업이다. 올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사업별 자연자본 의존도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건설 부문의 의존도와 영향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울산 원전 건설 현장과 김해 도로 건설 현장, 리조트·골프장, 인도네시아 팜농장 등 7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평가하고 보호종을 식별해 사업지별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활동도 병행했다. 대표적으로 하천과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오탁방지막과 수처리시설 설치, 법정 기준보다 강화한 자체 수질관리 기준 적용,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등을 추진했다.
삼성물산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 관련 녹색경제활동 매출도 공시했다. 생물종 보호·보전 분야의 녹색경제활동 매출은 709억2500만 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장 경계 내부와 영향권역 모두에서 생태적 민감지역과 두 번째로 넓게 중첩된 기업이다. 창원1사업장은 2022년 창원시와 생물다양성 보전 협약을 맺고 생태 모니터링과 생물종 보호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관련 사업에 5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판교R&D캠퍼스도 성남시와 ESG 환경 협약을 체결하고 생태계 교란 외래종 퇴치 활동을 시작했다.
생물다양성 관리 항목에서는 이 같은 지자체 협력 사례를 중심으로 활동을 소개했다. 사업장별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평가하거나 사업 운영과 연계한 자연 관리 전략은 보고서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 ‘물이 핵심’…하천 중심 관리 나선 SK하이닉스·현대모비스
사업장 경계 내부 기준 세 번째인 SK하이닉스와 영향권역 기준 세 번째인 현대모비스는 모두 사업장 인근 하천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다량의 용수를 사용하고 방류하는 만큼 사업장 인근 하천의 수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천·청주·용인 사업장 인근 방류 하천의 수질과 수생태계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기마다 6개 생물군집을 조사해 생태계 건강성을 분석한다. 또 생물감시장치를 활용해 방류수의 독성 여부도 상시 확인한다.
생태계 복원에는 시민도 참여시키고 있다. 2021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안성천에서 시민과학자가 참여하는 ‘에코씨(ECOSE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태공원에서는 1급수 지표 어종 방류와 서식처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진천공장 인근 미호강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미호종개 복원과 서식지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문가와 시민과학자가 함께 생태환경을 조사·모니터링하고 있다.
지역사회 참여도 확대했다. 올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진천군 환경교육센터와 연계한 환경교육과 생물대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생물대탐사에 390명, 환경교육 프로그램에 995명이 참여했다.
박한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생태적 민감지역과 맞닿아 있는 기업이라면 지금까지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해 왔더라도,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이제는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보호지역 보전과 복원 활동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주변 생태계를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