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정우 유니클로 서스테이너빌리티 팀장
“난민은 낯설고 민감한 의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된 사회 없이는 지속가능한 사업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유니클로 본사에서 만난 홍정우 한국 유니클로 서스테이너빌리티 팀장의 말이다. 이는 유니클로가 난민 지원을 이어온 이유이자,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철학이기도 하다. 소비자에게 옷을 판매하는 사업은 결국 사회의 안정과 연결돼 있으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 역시 기업의 책임이라는 의미다.

◇ 글로벌 철학을 한국으로 확장하다
한국 유니클로는 2014년부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와 손잡고 난민 신청자들에게 고객이 기증한 의류를 재활용해 제공하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기부한 의류는 총 3760벌이다.

리사이클 의류 기부는 글로벌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유니클로는 2006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해 고객이 기증한 의류를 재활용해 전 세계 난민에게 지원해 왔다. 2025년 8월 기준, 81개국에 총 6371만 벌의 의류를 전달했다. 홍 팀장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유니클로 매장에는 의류 수거함이 비치돼 있어 고객들이 언제든 입지 않는 유니클로 의류를 기부할 수 있다”며 “난민들은 당장 입을 옷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내구성이 좋은 의류를 선별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시작한 ‘PEACE FOR ALL(모두를 위한 평화)’ 프로젝트도 난민 지원의 한 축이다.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유명 인사들이 제공한 평화 메시지를 티셔츠 디자인에 담아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은 유엔난민기구 등 빈곤·차별·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지원하는 인도주의 단체에 기부한다. 유엔난민기구는 기부금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거주하는 미얀마 출신 로힝야 난민의 자립 지원 사업에 활용한다. 특히 여성 난민들이 위생용품과 속옷 제작 기술을 익혀 생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유니클로는 2016년부터 난민영화제도 후원하며 기부금과 의류를 지원해 왔다. 2015년 시작해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난민영화제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앞둔 6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홍 팀장은 “유니클로는 난민영화제 초창기부터 꾸준히 기부금과 의류를 통해 지원해 왔다”며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따르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 느린학습 아동 지원·장애인 맞춤형 리폼…사각지대에 집중하다

난민 지원과 마찬가지로, 유니클로의 국내 사회공헌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사각지대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확장돼 왔다. 유니클로는 2023년부터 느린학습 아동(경계선지능 아동) 교육 지원 사업 ‘천천히 함께’를 운영해 왔다. ‘천천히 함께’ 사업은 퇴직 교원을 중심으로 전문 멘토를 양성해 느린학습 아동에게 1대 1 학습 멘토링을 제공하며, 또래 관계 형성을 돕기 위한 단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홍 팀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느린학습자는 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낯선 대상이었다”며 “다른 부서나 글로벌 본부와 사업을 논의할 때 느린학습 아동의 개념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유부터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느린학습자가 왜 별도의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교육받는지, 이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공유하며 내부 이해를 높이는 과정도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교육부는 국민 약 7명 중 1명이 지능지수(IQ) 71~84 범주에 해당하는 느린학습자로 추정하고 있지만, 관련 법적 규정이 없어 정확한 규모 파악과 복지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니클로는 해당 사업으로 지난 3년간 약 31억 원의 기부금을 지원했으며, 4차년도 사업에도 약 12억 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전문 멘토 340명을 육성해 아동 700명을 지원했다. 홍 팀장은 “처음에는 수도권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부산에서도 수요가 확인돼 올해부터 지원 지역을 부산까지 확대했다”고 전했다.
‘옷’이라는 기업의 특성을 살려 장애인의 일상 불편을 줄이는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2019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함께 기성복 착용이 어려운 뇌병변·지체장애인에게 유니클로 의류를 맞춤형으로 리폼해 제공하고 있다. 뇌병변·지체장애인은 신체 움직임이나 보조기기 사용 방식에 따라 단추·지퍼를 여닫거나 옷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 생활 방식에 맞춘 의류 조정이 필요하다. 매년 약 400명에게 1600여 벌의 의류를 지원하며, 상담을 거쳐 개인의 특성과 취향을 반영한 리폼을 진행하고 있다.

◇ 좋은 사회공헌의 필수조건은 ‘파트너’
홍 팀장은 낯선 사업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현장 파트너와의 협력을 꼽았다. 그는 “‘천천히 함께’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아이들과미래재단을 통해 느린학습자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며 “우리 사회의 지원 사각지대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는 현장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 기관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의제에만 집중해서는 지원의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장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이해해 온 파트너와 함께해야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각 주체의 강점을 살린 협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기업은 재원과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는 채널이라는 강점이 있고, 비영리단체는 현장 전문성을,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각자의 강점과 전문성을 살려 힘을 합칠 때 사회문제 해결에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언제든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사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홍 팀장이 남긴 말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