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서 폐지된 USAID 개발 조직, 민간 기부로 재출범

USAID 예산 삭감으로 폐지된 ‘개발 혁신 벤처’, 비영리 ‘DIV 펀드’로 재편
4800만 달러 모금…해외 원조 축소 속 드문 존속 사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산하에서 운영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예산 삭감으로 폐지됐던 ‘개발 혁신 벤처(DIV)’가 지난 5일, 민간 기부를 기반으로 독립 비영리기관으로 재출범했다. 해외 원조 축소 국면에서 정부 조직이 민간 필란트로피를 바탕으로 존속에 성공한 드문 사례다.

AP통신에 따르면 DIV는 두 곳의 민간 기부처로부터 총 4800만 달러(한화 약 700억원)를 모금해 ‘DIV 펀드(DIV Fund)’라는 이름의 비영리기관을 새로 설립했다. 주요 기부처는 자선 기금 조성 및 자문 기관인 코이피션트 기빙(Coefficient Giving)이며, 나머지 한 곳은 익명으로 참여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산하에서 운영되다 폐지된 ‘개발 혁신 벤처(DIV)’가 민간 기부 4800만 달러를 기반으로 비영리기관 ‘DIV 펀드’로 재출범한다. /미국 농무부

DIV는 USAID 산하에서 저비용·고효율 개발 개입을 발굴·검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소규모로 시험한 뒤 효과가 입증되면 다른 USAID 부서나 국제기구, 각국 정부의 후속 투자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교육·보건·농업·기후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성과 기반 확산’ 모델을 적용해 왔다.

비영리로 전환한 DIV 펀드는 앞으로 연간 약 2500만 달러(한화 약 364억원) 규모의 지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USAID 시절 DIV가 운용하던 예산의 절반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 가운데 2000만 달러(한화 약 291억원)는 기존 수혜 기관에 이미 배분됐으며, 나머지 2800만 달러(한화 약 407억원)는 신규 사업 지원에 쓰인다. 올해는 공개 공모를 통해 새로운 지원 대상을 모집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정부효율부(DOGE)를 중심으로 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영국 의학저널 랜싯은 이 같은 예산 삭감과 지원 중단으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400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SAID 축소 이후 축적된 정보와 기존 수혜 기관을 보호하려는 민간 차원의 대응이 이어졌지만, DIV 펀드처럼 조직 자체가 존속한 사례는 드물다. DIV 펀드는 향후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 각국 정부와 협력해 효과가 입증된 사업 모델이 연구 기금 조성이나 정책 반영으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공동 설립자인 사샤 갤런트는 비영리기관으로서 향후 미국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USAID 축소 이후 이어진 민간 대응 가운데, DIV 펀드는 조직 자체가 존속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U.S. Air Force

AP통신은 DIV가 비교적 빠르게 비영리 전환에 성공한 배경으로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을 짚었다. 우선 DIV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HIV 치료나 기근 대응 사업과 달리, 저비용·고효율 개입을 발굴하는 연구·개발(R&D) 성격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전체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민간 기부 유치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DIV는 USAID 산하에 있을 때부터 외부 필란트로피 자금을 유치해 온 경험이 있다. 과거 약 4500만 달러(한화 약 655억원) 규모의 민간 지원을 받은 바 있으며, 비영리 전환 이후에도 주요 후원자들이 다시 참여했다.

아울러 DIV가 발굴한 사업 상당수가 공여국의 장기 원조에 의존하기보다 현지 정부 재원이나 자체 수익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왔다는 점도 재출범의 배경으로 꼽힌다. AP통신은 DIV가 높은 투자 대비 효과(ROI)를 앞세워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코이피션트 기빙의 글로벌 보건·복지 부문 이사 오티스 리드는 “공식 해외 원조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일수록 남은 자금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DIV는 자금 투입의 효과가 낮은 영역을 높은 성과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DIV 펀드가 모든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DIV 펀드의 과학 책임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머는 “미국 정부 지원의 상실은 엄청난 타격”이라며 “민간 기부자들이 나서 일부라도 메우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결국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USAID를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기관으로 규정하며, 해외 원조가 각국 정부와 대형 비영리단체를 미국에 영구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해 왔다. 2025년 상당한 규모의 해외 원조 예산이 삭감됐지만, 최근 미 의회는 행정부 요청보다 많은 약 500억 달러(한화 약 73억원)를 각종 해외 원조 프로그램에 배정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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