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유럽 개발의 날(European Development Days)’에 ‘키브렛 어베베 터프아(Kibret Abebe Tuffa)’씨가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도울 수 있다는 사례를 나눴다.
키브렛씨는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사설 구급차를 활용해 ‘병원 전 응급 의료체계(Pre-Hospital Emergency)’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테비타 앰뷸런스 (Tebita Ambulance)’의 창업주이자 경영인이다. 키브렛씨는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수도)의 가장 큰 의과대학 부속병원 마취 전문 간호사였다. 17년 동안 수많은 위급환자를 치료하면서 구급차가 부족해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을 봤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위험한 도로들이 산재한 나라에 기본적인 응급 구조 시스템의 부족은 매일이 비극이었다. 키브렛씨는 동료들에게 “응급 구조 장비 없는 부상자들이 병원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어도 되는가, 구조하러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결국 2008년 집을 팔아 중고 구급차 3대를 사고, 응급 구조 면허증을 취득해, ‘테비타 앰뷸런스 (Tebita Ambulance)’를 설립했다. 대부분의 지인들과 친지들은 그를 만류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회의적이었고, 응급 구조는 정부와 적십자사가 할 일이지 개인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키브렛씨는 “앉아서 불평만 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도전하는 것을 선택 하겠다”고 응수했다.
키브렛(사진)씨는 설립 초기부터 수익 창출을 목표로 했다. 외부 원조에 기대기보다 자체적으로 재정이 자립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정한 사업 방식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초기에는 현실적인 사업 모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고백했다. 키브렛씨는 스웨덴 국제개발 협력청(SIDA)이 지원한 비즈니스 전략 훈련 과정을 1년간 이수했다. 이 덕분에 테비타 앰뷸런스를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다양한 방식의 보조금(cross-subsidisation)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테비타는 다국적 기업, 해외 공관, 외국 NGO 단체, 국외 체류자들에게 고품질과 ISO 인증을 획득한 구급차 서비스, 원격 의료 지원 및 응급 구조 훈련 등을 제공했다. 이와 같은 부가활동으로부터 발생한 수익금은 아디스아바바와 인근 지역에 24시간 구급차를 운영하는데 사용했다. 덕분에 테비타는 51달러 (약 35파운드)에 달하는 구급차 이용 비용을 시민들에게 약 15-20달러(10-13파운드)로 제공할 수 있었다.
키브렛씨는 직원 2명과 테비타 엠뷸런스를 시작했다. 초기 5년간은 키브렛씨가 마취 간호사로 일하며 직원들의 월급을 메꿔야 했다. 지금은 구급차 11대와 63명의 직원을 거느린 에티오피아의 첫 응급교육 및 준의료 교육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응급키트를 가진 구조사가 먼저 오토바이를 타고 위급 상황에 대처한다. 아디스아바바의 혼잡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는 제격이었다. 지금까지 약 4만명이 테비타의 구급차를 이용했고, 2만5000명이 응급교육을 이수했다.
테비타는 응급 의료 서비스를 에티오피아 국가대표 축구팀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키브렛씨가 국가대표팀에게 직접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키브렛씨는 2014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영국 국제개발부(DFID)의 보건사업협력기금을 통해 재정과 기술 지원를 받았다. 이 펀드를 통해 테비타가 규모를 확장하고(scale-up), 전략기획과 재무예측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아큐먼 펠로우로 선정되어 1년간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사실 키브렛씨 인생의 롤모델이 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아버지다. 12남매 중 6째로 태어난 키브렛씨는 아버지에 대해 “재정적으로는 궁핍했지만, 도덕적으로는 부자였다”고 회고했다. 아버지는 키브렛씨가 50번이 넘는 앰뷸런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위해 구급차를 제공하겠다고 지금까지 마음을 먹고 실행하고 있다.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해 구급차 이용 방법에 대해 5분짜리 동영상까지 만들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재정문제다. 재정적으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역 은행들은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다. 미국 임팩트 투자자가 테비타의 기업실사를 마치고 투자를 계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 에티오피아 투자규제법이 외국인이 응급 의료 서비스 분야를 직접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무산되고 말았다.
빈약한 공급망도 또 다른 과제다. 현재 테비타가 허가받은 면허는 구급차 수입만 허용되고 의약용품의 수입은 제한돼 있다. 이때문에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구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키브렛씨는 수입 면허를 취득해 국내에서 응급 의료 용품을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려움이 있지만, 키브렛씨는 “테비타 직원들은 우리나라와 더 나아가 동아프리카의 응급 의료 서비스 체계를 변화시킬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헌신된 사람들이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키브렛씨에게 테비타 앰뷸런스 창업은 사람을 구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의식을 바꾸는 일이다. 테비타는 암하라(에티오피아 공용어) 말로 “내려놓다”라는 뜻이다. 키브렛씨는 사람들이 인류(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내려놓기(희생하기)”를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테비타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그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을 독려하여 그들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키브렛씨는 6월 16일, 벨기에 브리쉘에서 열린 ‘2016 유럽 개발의 날’에 테비타의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 개발의 날은 유럽의 대표적인 국제 개발 포럼이다. 그는 이 행사에서 영국문화원, 세계은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사들과 함께 패널로 참석하여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달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키브렛씨는 행사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영리)기업의 참여 없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마치 한 손으로 박수를 치는 것과 같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고 : 영국문화원은 세계은행과 함께 2016 유럽 개발의 날 행사에 “지속가능발전목표(SDG)달성: 우리가 어떻게 기업을 더 사회적으로 이끌 수 있는가?”의 관한 토론을 주최했다. 키브렛씨는 유럽 의회가 주관한 ‘아프리카 사회적기업에 관한 원탁회의(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초청받아 그의 견해를 나눴다.)
인터뷰 │아담 필스버리(Adam Pillsbury)
번역 │ 조은총 더나은미래 해외통신원
※ 이 페이지의 콘텐츠는 국제적인 사회적기업 허브(international social enterprise hub)의 스폰서인 영국문화원의 지원으로 만들어집니다. (특별히 한글로 번역된 이 기사는 키브렛씨의 이메일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부분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 기사 원문 읽기 http://www.theguardian.com/british-council-partner-zone
평화를 공부하며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를 향한 이야기를 찾아서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