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구조가 만든 ‘음식물 쓰레기’의 현실
남은 재고를 묶어 다시 유통한 덴마크 사회적 기업 Too Good To Go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일 거대한 규모로 사라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4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4)’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폐기된 식품은 10억5000만 톤을 넘는다.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10억 끼 이상의 식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Global Food Losses and Food Waste’ 보고서를 통해, 생산된 식량의 약 3분의 1이 소비 단계에 도달하기도 전에 손실되거나 버려진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섭취 가능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오늘 팔리지 않았다’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은 전 세계 곳곳에서 매일같이 폐기물로 분류된다.
◇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20% 더 버린다
UNEP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가정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연간 약 492만 톤, 1인당 95㎏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 평균(79㎏)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 비용도 크다. 악취와 침출수 문제가 동반돼 소각과 매립 과정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 구조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천 해안에 조성된 수도권 제3매립지는 2027년 포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 역시 단순한 처리 기술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실 남은 음식은 특정 매장의 관리 실패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생산 단계에서는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잉여 물량이 생기고, 유통 단계에서는 품절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재고가 유지된다. 매장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고객 수요에 대비해 여유 물량을 확보한다.
영국 자원관리기관 WRAP의 ‘UK Food Waste & Food Surplus – Key Facts (July 2025 Update)’에 따르면, 영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748만 톤 가운데 270만 톤이 생산·유통·소매 등 공급망 단계에서 나온다. 음식이 ‘남게 되는 구조’가 이미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 버려질 음식을 ‘묶음’으로 되살리다…덴마크 사회적 기업 TGTG의 해법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사회적 기업이 있다. 201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출발한 ‘Too Good To Go(이하 TGTG)’다. 매장에서 당일 판매되지 않은 음식을 앱에 등록하면, 소비자는 정가 대비 50~70% 낮은 가격에 ‘서프라이즈 백’을 구매해 정해진 시간에 수령한다.

TGTG의 운영 방식은 매장 단위 재고 처리에 기반한다. 각 매장은 그날 남은 재고를 매장 내부에서 직접 묶어 ‘서프라이즈 백’을 구성한다. 음식 구성은 사전에 고정되지 않으며, 그날 실제로 남은 물량에 따라 달라진다. 개별 단품이나 낱개 상품으로 등록하지 않고, 매장이 재고 상황에 맞춰 하나의 묶음 상품을 구성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효과적인 재고 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매장별 잔여 재고 흐름과 수령 패턴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사용자는 전 세계 1억 1800만 명. TGTG 2024년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15만 개 이상의 매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폐기 대신 소비로 전환된 음식은 1억3545만 끼에 달한다. 음식 한 끼를 절감할 때마다 약 2.7㎏의 CO₂e 감축, 810ℓ의 물 절약, 2.8㎡의 토지 절약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2023년 영국에서는 이를 통해 약 32만8000톤의 CO₂e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TGTG는 매장뿐 아니라 제조 단계의 재고까지 다루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포장·라벨 변경으로 판매가 어려워진 제품, 과잉 생산된 완제품, 규격에서 벗어난 식품 등이 발생한다. TGTG는 지난해 11월 이런 물량을 브랜드·제조사 단위로 묶어 구성한 뒤, 매장 픽업이 아닌 배송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Parcels’ 채널을 도입했다. 메트 루케(Mette Lykke) CEO는 올해 소비재·리테일 업계 팟캐스트 The FMCG Guys 인터뷰에서 향후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음식물 쓰레기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가치사슬 전반에서 살펴보고, 우리가 가진 자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조 단계에서 남는 재고를 다루는 ‘Parcels’ 모델이 나왔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소매 단계보다 세 배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고, 1억18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 기반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홀랑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재학생
황희수 한양대 경영학부 재학생
※ 이 기사는 한양대학교 IC-PBL 2025년 2학기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수업과 연계해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