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예술가들, 부다페스트 무대에서 꿈을 연주하다

‘SK이노베이션·SK온 지원’ 발달장애인 연주단 합동 공연

11월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라니티즈 문화센터(Aranytíz Cultural Centre)에 부드러운 현악 선율이 울려 퍼졌다. ‘2025 GMF in 헝가리(Great Music Festival in Hungary)’가 막을 올리자, 객석은 고요하게 집중했고 무대 위에는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의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번 무대는 SK이노베이션·SK온의 지원을 받아 활동 중인 헝가리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파라포니아(Parafónia)’와 ‘파라필레(Parapillék)’, ‘비바체 앙상블(Vivace Ensemble)’이 함께 꾸몄다.

첫 무대에 오른 파라필레는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 7번’을 연주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파라필레의 어린이 연주자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습해 비바체 앙상블처럼 멋진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등장한 파라포니아는 비발디 ‘사계’의 일부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선보이며 부드러움과 경쾌함을 동시에 전했다.

마지막 무대는 제5회 GMF 대상 수상팀인 비바체 앙상블이 맡았다. 헨델 작품을 노르웨이 작곡가 할보르센이 편곡한 ‘사라반드(Sarabande)’로 시작해 바르톡의 작품, 한국 민요 ‘아리랑’, 헝가리 민요 ‘Tavaszi Szél Vizet Áraszt(봄바람 물결 만드네)’ 등을 연이어 연주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비바체 앙상블 류종원 비올리스트의 어머니 정희경 씨는 “아이들도 준비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즐거움이 더 컸다”며 “발달장애인 부모로서 이런 관심과 초청이 아이들 미래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이런 문화교류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부모들에게도 큰 위로”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SK온 유럽생산법인을 비롯해 헝가리 내무부, 헝가리 발달장애인 음악협회, 헝가리 배터리협회, 엘테대학교(오트보시 로란드 대학교),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KOTRA 관계자와 부다페스트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헝가리 발달장애인 음악협회 포도르 크리스티안(Fodor Krisztian) 회장은 “GMF를 통해 한국과 헝가리는 음악으로 강하게 연결됐다”며 “발달장애 아이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협력하고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GMF는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시작한 발달장애인 음악축제로, 9년 동안 290개 단체·3000여 명의 발달장애인 연주자가 이 무대를 거쳤다. 해외로의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GMF in USA’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온 유럽법인이 있는 부다페스트에서 ‘GMF in 헝가리’를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현지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문화로 장애 인식 개선을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은 헝가리 발달장애인 음악인의 성장을 돕기 위해 기부도 이어왔다. 2023년 헝가리 발달장애인 음악협회에 500만 HUF(약 2140만 원)를 전달한 데 이어 올해는 480만 HUF(약 2050만 원)를 추가 지원했다. 기부금은 악기 구매, 레슨, 연습 공간 확충 등에 사용된다.

김세진 SK온 유럽생산법인장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며 “한국과 헝가리가 경제 파트너를 넘어 마음으로도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