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석탄발전 채권’ 주관 키움·흥국 선정…ESG 기준 논란

ESG 강화 내세운 국민연금, ‘반(反)ESG’ 논란 증권사 연속 선정에 비판 커져

국민연금이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높였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채권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여전히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책임투자 공시’가 ESG 워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 이어, 거래증권사 선정 과정에서도 ESG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까지 삼척블루파워(삼척석탄발전소) 공모채 대표 주관사로 참여한 키움증권과 흥국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유지해왔다. 특히 흥국증권은 올해 하반기에도 거래증권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공단. /조선DB
국민연금은 ESG 경영을 강화하며 거래증권사 평가에서 ESG 비중을 높였으나 삼척블루파워의 대표 주관사인 흥국증권과 키움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유지해온 것이 드러났다. /조선DB

국민연금은 매년 상·하반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를 선정해 발표한다. 국민연금의 거래 파트너 지정은 대규모 운용 자금을 기반으로 한 신뢰도·평판에 직결되는 지표이며, 증권사 법인영업 수익의 20~30%를 차지하는 거래수수료 확보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국민연금은 2023년 하반기부터 ESG 배점을 5점에서 10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상향하고 항목 명칭을 ‘책임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서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바꿨다. 평가 기준이 강화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선정 결과는 ESG 원칙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척블루파워는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로, 연간 128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국제 금융기관과 국내 주요 증권사 다수가 탈석탄 정책에 따라 참여를 중단한 사업이기도 하다. 2021~2023년 발행된 1조2500억 원 규모 공모채의 약 70%가 미매각되며 ‘반(反)ESG 채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4년 말 총액인수 약정이 종료된 이후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철수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대표 주관사 지위를 유지하며 채권 발행을 이어갔고, 발행 물량 상당수가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두고 “탈석탄 기조 역행”, “기후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기”라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키움증권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국민연금 거래증권사로 지속 선정됐다. 2025년 4월과 8월 발행된 채권에서는 흥국증권이 키움증권과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흥국증권 또한 올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척브루파워는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로 2021~2023년 발행된 삼척블루파워 공모채 1조 2500억 원 중 약 70%가 미매각되며 ‘반(反)ESG 채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척블루파워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이 ESG 강화를 선언했음에도 ‘반ESG’로 언급된 증권사를 거래 파트너로 유지한 것은 ESG 평가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연금 ESG 평가 전반에서도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로 분류해 공시한 자산 중 약 97%가 실제로 ESG 기준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석탄발전소 채권을 개인에게 판매한 증권사를 그대로 거래 파트너로 유지한 것은 국민연금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ESG 원칙 위반 증권사에 대한 명확한 배제 기준과 사후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평가는 ESG 항목이 정량평가에만 포함돼 있어 증권사의 실제 ESG 경영 태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성평가 영역에도 ESG 관련 항목을 포함하고, ESG 컨트로버시가 발생한 증권사는 일정 기간 선정에서 제외하는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