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5개년 계획 발표…RE100·생명안전법 등 8개 과제 담아
EU는 법제화·호주는 투자제도·인도는 조기 달성…日·中도 속도전 합류
이재명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국정 목표로 공식화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제시했다. 핵심 추진 전략 가운데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포함됐다. 전체 123개 국정과제 중 8개가 기후·환경 분야와 직접 연결된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통한 RE100 달성’,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기후재난 피해 최소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해왔다. 환경부의 기후대응 업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전담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과제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이라는 절차적 허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올해 하반기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전담 부처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유럽은 법으로, 호주는 투자제도로…각국의 ‘탈탄소 전환’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경제·사회 전략의 중심에 두는 흐름은 이미 세계적 조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기후법 개정안을 내고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을 90% 줄이겠다는 중간 목표를 제안했다. 기존의 2030년 55%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더해 산업계와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탄소 흡수·저장 기술을 허용하고 국제 배출권을 최대 3%포인트까지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 협의 후 11월 브라질 COP30 이전에 2035년 NDC에 반영될 예정이다.
호주는 제도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연방정부는 2022년 말 풍력·태양광 발전소와 저장시설에 장기 수익을 보장하는 ‘용량투자제도(이하 CIS)’를 도입했다. 금융 리스크를 줄여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장치로, CIS 지원 규모는 2023년 11월 32GW에서 올해 7월 29일 40GW로 다시 확대됐다.
◇ 인도는 목표 조기 달성…일본·중국은 각기 다른 해법
신흥국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는 2021년 COP26에서 내건 ‘2030년까지 발전설비 비(非)화석연료 비중 50% 확대’ 목표를 불과 4년 만에 달성했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전체 발전설비 484.8GW 가운데 비화석 설비가 50.1%를 차지하며, 5년을 앞당긴 성과를 냈다. 인도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30년까지 500GW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50GW씩 늘린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일본은 지난 2월 NDC를 개정해 2035년까지 2013년 대비 60%, 2040년까지 73% 감축 목표를 처음 내놨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40년까지 40~50%, 원전은 20%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23%에 불과해 태양광·풍력 확대와 원전 재가동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올해 3월 배출권거래제(ETS) 적용 범위를 전력 부문에서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했다. 새로 편입되는 기업만 1500곳에 달해 전체 배출량의 60% 이상이 관리 대상이 된다. 본격 시행은 2025년 말부터이며, 실제 감축 효과는 2027년 이후 나타날 전망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