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활동가는 어디에 기부할까?”

[인터뷰]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

“비영리 사람들은 어디에 기부할까?”

기억에 남을 만큼 단순한 질문이었다. 그 물음이 연결의 시작이자, 하나의 실험이 됐다.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인 ‘기부연결지도’ 캠페인은 그렇게 출발했다.

재단 구성원들이 평소 기부하는 단체를 밝히고, 해당 단체를 찾아가 활동을 소개한 뒤, 그 단체의 활동가가 기부하는 또 다른 단체를 다시 소개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비영리인이 지지하는 비영리’를 따라가며 우리 사회의 숨은 단체들을 지도로 엮는다.

아름다운재단은 이 단체들을 직접 방문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특정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동시에 기부에 대한 개인적 생각,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캠페인은 총 100개 단체 연결을 목표로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비영리 활동가들의 ‘연대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캠페인을 기획한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를 지난달 24일 만났다.

유화영 아름다운재단 공익마케팅팀 매니저는 비영리 활동가가 직접 기부하는 비영리단체를 소개하는 ‘기부연결지도’ 캠페인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아름다운재단은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해요.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기부문화’는 뭘까, 고민하다가 불투명성과 불신이라는 키워드에 닿게 됐어요. 회계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기부금이 ‘어디에 얼마나 닿았는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아요. 하지만 다양한 단체의 활동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죠.”

◇ 출발은 ‘풀뿌리 5곳’, 소규모 단체부터 연결을 시작한 이유

재단 구성원들의 기부처 리스트는 다양했다. 초록우산 같은 전국단위 대형기관부터 함께걷는아이들, 은광지역아동센터처럼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단체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이주민·퀴어 인권), 나눔과나눔(공영장례), 한국여성의전화(여성폭력), 걷고싶은도시만들기연대(도시공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주거권) 등 소규모 ‘풀뿌리’ 단체 5곳을 먼저 찾았다.

“다양한 의제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대형 단체를 시작점으로 삼으면 이후 연결도 대형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연결을 요청할 땐 ‘기부처를 두 곳씩’ 물어서 다양한 연결을 유도하고 있어요.”

아름다운재단 구성원들이 피켓에 자신이 기부하는 단체와 기부하는 이유를 메모지에 적어 붙여놓은 모습./ 채예빈 기자

이번 캠페인의 또 다른 흥미로운 포인트는 여러 곳에 기부하는 비영리 활동가가 많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직접 사회문제를 다루는 이들이 굳이 다른 단체에 기부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보면 거의 비슷한 대답이 돌아와요. 표현은 달라도 핵심은 하나죠. ‘변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죠.”

한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활동가는 이주민 인권 활동을 하면서도, 전 세계 현장 최전선에서 이주민 인권을 다루는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하고 있었다. 모두 참여할 순 없지만, 기부를 통해 연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비영리 활동가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단체를 알게 되기도 하고, 작은 단체들이 존립 위기에 자주 놓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더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연결지도 캠페인은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자신이 기부하는 단체와 기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풀뿌리 단체들은 지역 사회의 문제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당시에도 그랬고요. 행정이나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이 소규모 단체들의 역할이죠.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들의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해요.”

◇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남긴 것

캠페인의 또 다른 키워드는 ‘연결’이다. “기부자들이 남긴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감각이 일의 의미를 지탱하거든요.”

아름다운재단은 방문하는 모든 단체에 ‘간식 꾸러미’와 손편지를 함께 전달하는 작은 제스처도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캠페인을 통해 만난 활동가들은 “소개되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연결은 중요하다. 하나의 단체만으로 정책을 바꾸긴 어렵지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목소리가 커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슈도 여기서 시작된다. 문제는 정작 그 연결 지점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조차 모호하다는 데 있다. 유 매니저는 “네트워크에 대한 갈증은 크지만, 실제로 접근 가능한 통로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연결함과 동시에, ‘기부는 어떻게 하면 더 친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한 활동가 대부분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운영비에 대한 대중의 의문에 어떻게 설명할지, ‘빈곤포르노’라 불리는 자극적 모금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도요. 그래서 이런 주제들을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왼쪽은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을 찾은 유화영 매니저. 기부연결지도 캠페인은 비영리 활동가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방문 시 탕비실 간식 꾸러미와 편지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나눔과나눔에게 전달된 간식과 편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 더 많은 단체를 찾아갈 예정이다. 단, 유 매니저는 이 캠페인이 활동가들만의 이야기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과 단절된 세계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캠페인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유 매니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름다운재단에서 6년을 일했지만,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단체와 활동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연결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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