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전문가 한목소리 “자율성·공공성 보장해야”
시민사회기본법·전담 행정기구 설치 등 정책 과제 제시
“시민사회는 정부 쟁점에 따라 관리할 대상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시민사회야말로 국민주권 정부를 가능하게 합니다.”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민사회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날 행사에 모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 “전담 기구·기본법 제정, 더는 미룰 수 없어”
이번 심포지엄은 ‘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마련된 자리로,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제도화를 위한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경용 나눔과미래 이사장은 “정부가 시민사회를 공공 파트너로 인식하고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며 민관협치기구 제도화, 의견 수렴 의무화, 재정지원 체계 정비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영국은 시민사회청을 통해 자원봉사·사회혁신·사회적 경제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며, 독일은 시민사회 파트너십 전략을 수립해 정부와 정기적 협의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제는 시민사회를 파트너로 인정할 때”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김소연 정책위원장은 활동가 6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들은 법·정책 기반 부족, 제도의 불일관성, 과도한 행정절차, 낮은 처우, 성과 중심 지원 체계 등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으며, 응답자의 60.7%가 이를 1순위 또는 2순위로 응답했다.
◇ “행안부 중심 체계, 자율성 해친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시민사회 업무는 40여 개 부처에 흩어져 있고, 대부분이 비영리법인 허가나 감독 중심”이라며 “시민사회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핵심이지만 업무의 80~90%가 안전관리 규제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 전담 행정기구 신설과, 현장 요구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전문 지원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 사회는 시민사회의 역사가 짧고 압축 성장을 경험했다”며 “지금은 시민사회기본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비슷한 법안이 1995년에도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세 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홍일표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시민사회 전담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의 역할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담 기구가 탑다운 방식의 개혁 전략에 그치지 않고 바텀업 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행정안전위원회 활동 종료 전까지 시민사회기본법 제정과 시민의회 설치 등 시민사회 요구를 담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시민사회와 정책 협약을 맺었던 만큼,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2025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와 국회시민정치포럼, 더불어민주당 김남희·남인순·박홍근·서미화·송재봉·염태영·이광희·이용선·전진숙·천준호 의원실, 조국혁신당 서왕진·차규근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으며, 시민사회활성화네트워크와 사단법인 시민이 공동 주관했다.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시민사회와 국회 간 연대를 통해 시민주도형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운영되는 국회 연구모임이다.
공익활동가주간은 이번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7월 4일까지 이어진다. 오는 3일에는 4년 만에 ‘공익활동가 지속가능지수’ 조사 결과가 4년 만에 발표될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