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백신면역연합에 5년간 신규 공여…“글로벌 책임국 역할 강화”
세계 최대 공여국이던 미국이 지원을 중단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 백신 공급을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이하 Gavi)에 5년간 5000만달러(한화 약 678억원)를 신규 공여하기로 했다. 감염병 대응에서 국제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외교부는 권기환 글로벌외교다자조정관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5 Gavi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Gavi는 2000년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출범한 민관협력 보건기구로, 개도국 아동의 백신 접근성 확대와 신규 백신 개발을 통해 지금까지 10억명 이상에게 백신을 보급하고 180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는 Gavi와 유럽연합(EU),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이 공동 주최했으며, 향후 5년간 119억달러(한화 약 16조1542억원)의 공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Gavi의 최대 공여국이던 미국이 연간 3억달러에 달하던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EU는 5년간 20억유로(한화 약 3조1700억원), 게이츠재단은 16억달러(한화 약 2조1700억원)를 약속했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사우디, UAE 등 20여개국이 장·차관급 대표단을 파견해 국제 백신 연대에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0년 회의에서도 2021~2025년 전략주기 동안 3000만달러(한화 약 407억원)를 공약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2026~2030년 신규 전략주기를 위한 첫 공여국 중 하나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외교부는 “정부는 Gavi 등 글로벌 보건기구와의 협력을 지속 강화하고,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국제 보건 역량 제고에 기여하는 ‘글로벌 책임국’의 입지를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 조정관은 회의 계기 Gavi의 사니아 니슈타르 대표와 면담을 갖고, 2012~2023년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Gavi를 통해 약 9억1000만달러 규모의 백신을 공급한 성과를 소개하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올해 글로벌펀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세계 소아마비 근절 이니셔티브(GPEI) 등 글로벌 보건기구에 총 481억원을 지원하고, WHO 분담금으로 147억원을 부담할 계획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