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산업 고발 vs 미식의 예술…서울국제환경영화제 ‘먹거리’ 두 시선 [Good&Culture]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초청작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토키토’ 감독 방한

지속가능한 식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육류 산업의 어두운 뒷면을 파헤친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Food for Profit)’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셰프의 540일을 담은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Tokito: The 540-Day Journey of a Culinary Maverick)’, 시선이 극명히 다른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인사이터 홈에서 두 작품의 연출자 파블로 담브로시(Pablo D’AMBROSI) 감독과 아키 미즈타니(Aki MIZUTANI) 감독을 만났다.

◇ 유럽 식탁의 환상, 그 뒤의 고발

영국계 이탈리아인 파블로 담브로시 감독은 BBC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Panorama)’에서 잔뼈가 굵은 탐사 다큐멘터리 전문가다. 이번 작품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에서는 유럽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동물 학대와 노동 착취, 공중보건 위협의 실태를 5년에 걸쳐 추적했다.

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Food for Profit)의 감독 파블로 담브로시(Pablo D’AMBROSI)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인사이터 홈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환경재단

“유럽 식품이 고품질이라는 환상이 있지만, 그 이면은 충격적입니다.”

파블로 감독은 유럽연합(EU) 녹색 정책 자금이 오히려 대형 오염원 농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역설적인 현실을 고발했다. 특히 유럽의회 내부에 잠입해 로비스트와 정치인의 거래 현장을 직접 촬영하며 축산 산업과 권력층의 유착을 드러냈다.

영화 공개 뒤 한 EU 의원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도 했다. “단순한 동물복지를 넘어 건강·노동·환경·정치까지 포괄하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초청작인 파블로 담브로시(Pablo D’AMBROSI) 감독의 영화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Food for Profit)’ 스틸컷. /환경재단

◇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추구한 셰프의 고군분투

반면 아키 미즈타니 감독의 ‘토키토’는 조용한 감성으로 지속가능한 식탁을 탐색한다. 영화는 도쿄의 유서 깊은 일식당을 오베르주(숙박 결합형 레스토랑) 스타일의 혁신적인 다이닝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셰프 이시이 요시노리의 540일 고군분투를 그린다.

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Tokito: The 540-Day Journey of a Culinary Maverick)’의 감독인 아키 미즈타니(Aki MIZUTANI)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인사이터 홈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환경재단

“이시이 셰프는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던 시대의 감각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자 어민과 농민을 직접 찾아다녔죠.”

영화는 셰프의 개인적 서사도 깊이 담아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요리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의 투병과 사망을 겪으며 ‘요리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된다.

“이 영화는 창조와 상실의 이야기입니다. 삶도 음식도 결국은 잃고 다시 만드는 과정이죠.”

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초청작인 아키 미즈타니(Aki MIZUTANI) 감독의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Tokito: The 540-Day Journey of a Culinary Maverick)’ 스틸컷. /환경재단

◇ “먹는 행위는 윤리적 선택”

두 감독은 “먹는 행위는 윤리적 선택”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고기를 소비하는 사회에서는 공장식 축산은 피할 수 없습니다. 소비 자체를 줄이고, 좋은 재원의 육류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파블로 감독)  

“분주한 삶에서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곧 예술적이고 환경적인 실천입니다.” (아키 감독)

한편, 올해로 22회를 맞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132개국 3261편 중 35개국 77편(장편 33편, 단편 44편)을 본선에 올렸다. 올해 영화제는 ‘관객 참여형 탄소중립 실천’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이동수단과 식습관을 입력해 탄소 배출량과 상쇄에 필요한 나무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제는 5일 개막해 6~8일 메가박스 홍대에서 본 상영을 진행했다. 온라인 상영은 15일까지, 청소년 대상 환경교육 프로그램 ‘시네마그린틴’은 30일까지 이어진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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