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있었지만 바뀌지 않은 현실…한국 SDG 이행, 어디까지 왔나 [법의 날]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로 본 법·정책 효과
산업재해·생물 다양성 OECD 평균 미달, 청년·여성 대표성 낮아

법(法)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디지털 안전 등 복합적 사회문제가 대두되는 오늘날, 법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다. 더나은미래는 법의 날(4월 25일)을 맞아,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 를 바탕으로 법과 정책의 변화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봤다.

◇ 출생부터 산업재해·성범죄까지…법으로 본 변화의 단면

법 제정 이후 SDG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 사례로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대표적이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위기 임산부에게는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로, 2024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는 SDG 16번(평화의 정의)의 세부 목표인 ‘모든 사람에게 법적 신원 보장’의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SDG 8번·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관련 지표는 제자리걸음이다. 2023년 산업재해율은 0.66%로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은 0.98‱로 전년 대비 0.12‱ 낮아졌으나, OECD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법적 조치 외에도 현장 안전 관리와 감독 강화 등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성범죄(SDG 5번·성평등) 역시 법과 현실 간 간극이 큰 분야다. 불법촬영, 아동 성착취물,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의 검거율은 2016년까지 90%대를 유지했지만, 2021~2022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가 2023년에 각각 91.1%, 91.4%, 88.9%로 다시 소폭 반등했다.

반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및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 범죄의 검거율은 각각 48.2%, 61.4%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이들 범죄의 검거율은 2022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범죄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사력 확대와 처벌 강화 등 보다 강력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불법촬영, 아동 성착취물,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의 검거율은 2016년까지 90%대를 유지했지만, 2021~2022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가 2023년에 각각 91.1%, 91.4%, 88.9%로 다시 소폭 반등했다. /통계청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

◇ 기후 위기 정책은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SDG 12번)에 있어서는 식품 폐기량 문제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연간 555만톤, 1인당 폐기량은 108kg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90.4kg에서 매년 증가해 2018년 114.2kg까지 상승한 뒤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다시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소비 단계, 특히 가정에서 식품 폐기물을 감량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RFID 폐기물 종량제와 같은 정책의 실효성 점검과 더불어 감량 유인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UN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호지역 비율은 육지 37.58%, 담수 36.83%로, 각각 OECD 평균인 육지 64.34%, 담수 65.45%에 크게 못 미친다. /통계청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

육상 생태계 보호(SDG 15번) 이행과 관련해선, 육지와 담수, 산악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호 면적을 확대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국토계획법, 자연공원법, 산림보호법 등 16개 법률에 따라 29개 유형의 보호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UN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호지역 비율은 육지 37.58%, 담수 36.83%로, 각각 OECD 평균인 육지 64.34%, 담수 65.45%에 크게 못 미친다. 육지와 담수를 포함한 전체 육상 보호지역 비율은 국토 면적 대비 17.3%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가운데 단원제 의회를 가진 18개국의 청년 의원 비율은 평균 38.3%인데 반해, 한국의 비율은 7.4%로 가장 낮았다. /통계청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

보고서는 SDGs 이행을 위한 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의 대표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했다. 2024년 총선에서 청년 의원 비율은 4.7%, 여성 의원 비율은 20%로 OECD 평균(각 38.3%, 34.1%)보다 현저히 낮았다. 보고서는 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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