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 뒤 입법 나섰지만…시행령 구금 연장·해제 기준 불명확
[현장]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토론회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인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국인 보호(구금) 절차의 명확성과 위원회 독립성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제도의 올바른 개선을 위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토론회’에서는 하위 법령의 전면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토론회는 윤종오 진보당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이성윤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난민인권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보호 연장 시 총 구금 기간을 9개월로 제한하고, 난민신청자 등 일부는 최대 20개월까지 구금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보호 연장 승인 권한을 제3의 독립기관이 아닌 법무부 산하 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은 지난 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외국인보호소에 사실상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63조 제1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처다.
◇ 보호 기준 구체화·위원회 독립성 촉구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는 사실상 구금”이라며 “보호 연장 요건, 심사 기준 등 핵심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호기간 연장 사유로 출국 거부, 소송 절차 등 ‘출국 장애 사유’가 나열돼 있다”며 “오히려 출국 장애로 인한 보호 해제 요건을 보호 사유로 혼동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제63조의2 제3항에는 ‘피보호자를 명백히 송환할 수 없게 된 경우 보호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보호일시해제 역시 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국익을 해칠 우려, 평소 생활태도 등 추상적 기준만 나열돼 있다”며 “건강, 경제, 가족 사유 등 명확한 해제 기준이 법령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일시해제란 외국인보호소 등에 구금되어 있는 외국인을 일시적으로 보호 상태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절차적 권리 보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그는 ▲다국어 심사청구서 비치 ▲통번역 지원 체계 의무화 ▲심사기간 최대 15일 제한 ▲처분 사전 통지 10일 전 의무화 ▲각종 결정서에 불복 권리 고지 등을 제안하며,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안 제66조의6은 위원회 구성 시 외부위원 과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시행령에도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가 각 2명 이상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개선됐다. 이 변호사는 “위원회 외부 위원에 국가정보원·경찰청 등 보호 중심 기관의 인사로 채워질 우려가 크다”며 “국가인권위원회 등 독립기관 소속 위원 1인 이상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보호, 처벌 아닌 예외적 조치여야”
이어진 토론에서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외국인 보호는 처벌이 아닌 강제퇴거 집행을 위한 행정적 수단일 뿐”이라며 “송환이 어렵다면 구금도 유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계 불안정이 재구금 사유가 되지 않도록, 일정 요건 하에 생계 활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탁건 유엔난민기구(UNHCR) 법무담당관은 난민 신청 중인 외국인에 대해 구금이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비준한 난민협약, 자유권규약,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법상 난민은 강제퇴거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구금은 극히 제한적 상황에서만 허용된다”며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이를 역행하지 않도록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은 통과됐지만, 세부 기준이 담긴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법 시행 전까지 피보호자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